법무부가 최근 기업인 가석방 논란으로 곤혹스런 표정이다. 경제인 사면 논의가 가석방으로 옮겨오면서 평소와 다름없이 진행되던 가석방이 새삼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4일 기업인 가석방에 대해 "현재로선 어려운 이야기"라고 밝혔다. 해가 바뀌면서 이어지던 경제인 가석방 논의가 일단락된 셈이다.
줄줄이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선고받은 재벌총수들에 대한 구제책은 당초 가석방이 아닌 사면을 중심으로 논의됐다. 지난해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기업인들에 대한 사면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연말 특별사면이 단행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기업인 사면은 이뤄지지않았다.
지난달 말 청와대가 "경제인 가석방은 법무부장관의 고유권한"이라고 밝힌 이후 논의의 중심은 대통령이 주체가 되는 사면 대신 법무부 처분으로 이뤄지는 가석방 쪽으로 기울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면권 행사를 자제하겠다'는 대선공약을 내세웠기 때문에 청와대로서는 원칙을 져버렸다는 비판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반면 가석방은 '형기 3분의 1'을 마치면 가능한 게 원칙이기 때문에 '기업인을 역차별 해서는 안된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등이 형기의 절반 가량을 마친 상황이어서 재계 입장에서는 법무부의 가석방 대상에 이들이 포함되는 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법무부로서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가석방은 '형기의 3분의 1 이상 복역'을 요건으로 하지만, 지금까지 관행상 형기의 70~80%를 마친 이들을 중심으로 대상을 정해왔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도 '형기 70% 이상' 요건은 가석방에 관한 불문율로 통한다. 실제로 최근 5년간 가석방 대상으로 선정된 수형자 중 형기를 60%미만으로 채운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때문에 그동안 세웠던 원칙을 져버릴 경우 기업인들에게 특혜를 줬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법무부는 최 회장 등을 1월 말 가석방 명단에 포함하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법무부가 무리해서 그동안 세웠던 원칙을 져버리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 내부에서는 경제인 선처 논의가 청와대에서 법무부로 떠넘겨지면서 애꿎은 논란만 초래한 게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한 법무부 관계자는 "가석방과 사면권은 행사 주체나 제도 도입 취지가 전혀 다른 성격의 것인데, 마치 사면이 안되면 가석방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식의 논의는 이치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