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허하라!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5-01-1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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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엔터테인먼트)

“최근 돌풍을 일으키는 영화에 부부싸움 하다가도 애국가가 퍼지니까 경례를 하더라. 그렇게 해야 나라라는 소중한 공동체가 건전하게 발전해나갈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 (박근혜 대통령). “영화를 보는 내내 가정과 나라를 지키려는 애국 세대의 헌신에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김무성 의원) “영화를 놓고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논란을 벌이는 게 좀 씁쓸하다.”(문재인 의원) …

요즘 한 영화를 놓고 논란과 논쟁이 격렬하다. 말도 참 많다. 바로 한국영화로는 11번째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이다. 1950년 6.25전쟁부터 최근까지 격동의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아버지의 가족을 위한 희생적인 삶을 담은 ‘국제시장’은 박근혜 대통령부터 노인 관객에 이르기까지 모두 한마디씩 하는 영화가 됐다. 영화 전문가들 도 다양한 의견과 비평을 내고 있다. 이념과 세대에 따라 이 영화를 보는 시각차가 워낙 커 논란과 논쟁도 폭발하고 있다. “‘국제시장’을 물어뜯지 마라” “‘국제시장’을 정치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 “‘국제시장’을 보면 아예 대놓고 ‘이 고생을 우리 후손이 아니고 우리가 해서 다행이다’라는 식이다. 정말 토가 나온다는 거다. 정신 승리하는 사회라는 게” “독재정권하 산업화 시대의 ‘공’만 강조하고 ‘과’는 외면하고 있다” …

영화에 대한 의견도 많지만 ‘국제시장’에 대해 표명한 비평이나 입장에 대한 비난과 조롱도 끝없이 이어진다. 전문가에서부터 일반관객까지 수많은 사람이 신문과 방송, 인터넷을 통해 특정인의 영화에 대한 평가나 비평에 대한 비난과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국제시장’을 정치적으로 읽으면 안 된다는 식의 지시적 해독 주장, 획일적인 의미부여 강요, 특정 이념이나 가치관에 입각한 영화비평에 대한 불온시 등 가장 비문화적인 행태가 분출되고 있다. 진영논리에 갇혀 자신의 견해에 맞지 않는 비평을 하면 묻지마식 비난으로 일관하는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

이처럼 문제 있는 행태가 홍수를 이룬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된 보수와 진보의 경직된 사고와 학교의 잘못된 교육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민주사회를 지향하면서도 나와 다르면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과 비난을 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학교에서 시와 소설을 가르칠 때 ‘주제가 무엇 이다’라고 획일적으로 가르치는 지시적 교육은 영화, 드라마 등 문화적 텍스트에 대한 다양한 해독과 의미를 봉쇄하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이 때문에 ‘국제시장’에 대한 획일적인 해독 강요 등 비문화적 행태들이 버젓이 횡행하는 것이다.

영화와 같은 문화 텍스트를 해독하거나 비평할 때 분명 다양한 시선이 존재한다. 다만 그 비평과 해독의 완성도 차이가 있을 뿐이다.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김용수 교수는 영화나 드라마 등을 비평, 해독할 때에는 문학적인 상상력과 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문학적 상상력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면 객관성을 상실할 수 있고 엄격한 분석체계에만 매달린 해석은 예술적으로 무미건조할 수 있다. 상상력은 한 작품의 표면적인 모습 뒤에 있는 본질적인 의미를 통찰하게 하고 분석은 가설적 의미를 체계적으로 고찰하게 해 구체적인 이해에 도달하게 만든다. 상상력과 분석 능력에 따라 비평과 해독의 완성도가 갈린다.

문화이론학자 스튜어트 홀(Stuwart Hall)은 문화 텍스트를 해독하는 방식에는 텍스트를 그대로 수용하는 순응적 해독, 그리고 자신의 세계관과 경험에 근거해 수용하는 타협적 해독, 그리고 텍스트의 내용을 저항적으로 읽어내는 저항적(비판적) 해독 방식이 있다고 했다. 성별, 지역, 학력, 경험, 지식, 나이 등에 따라 똑같은 텍스트여도 다양한 해독이 가능하고 여러 가지 의미를 만들 수 있다. 또한, 페미니즘 비평에서부터 기호학적 비평에 이르기까지 비평 방법론에 따라 텍스트는 다른 의미를 드러낸다.

‘국제시장’을 두고 터져 나오는 논란 중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바로 다양한 해독 방식과 입장에 따라 비판적 혹은 긍정적 의미 만들기를 할 수 있는데도 자신의 관점(진영논리)에 빠져 획일적 해독만을 강요하는 행태다. 그것은 문화를 죽이고 민주주의를 죽인다. “영화는 만든 사람의 의도와 보는 사람의 해석은 분명히 다를 수 있다. 그래서 보는 사람이 다른 해석을 한다고 해서 만든 사람이 괴로워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국제시장’의 윤제균 감독 말이다. ‘국제시장’에 대한 소모적 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새겨들을만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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