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영의 정책톡톡] 담배값 인상의‘숨은 목적’

입력 2015-01-0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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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정치경제부 기자

“새해부터 담배를 끊었다. 정부의 담뱃값 인상이 세수 목적이 아니라 국민 건강 증진 목적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금연에 앞장서겠다.”

지난 2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담뱃값 인상안을 들고 나온 이후부터 그는 줄곧 새해부터는 앞장서 담배를 끊겠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애연가로 유명하다. 지난 10월에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그는 “국민건강을 위해 담배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전제했지만 흡연자들을 위해 흡연구역을 같이 설정해야 한다”며 흡연권을 옹호했다. 앞서 9월에 개최된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는 중국 재무장관과 ‘흡연외교’를 펼치기도 했다.

담배 필 곳이 마땅치 않아 숨어서 핀다며 흡연자의 고충을 토로하던 최 부총리가 새해부터 단번에 담배를 끊겠다고 나선 배경에는 세수 증대라는 논란을 불식시키고자 하는 이유가 자리잡고 있다.

실제 정부가 담뱃값 인상안을 제시할 때부터 한편에서는 정부가 국민 건강을 내세우지만 뒤에는 세수 증대라는 ‘숨은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이를 뒷받침하듯 조세재정연구원은 담배가격을 2000원 인상할 때 세수가 최대값에 이른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는 가격이 5500원까지 오르면 3500원일 때보다 담배 한 갑에 붙는 세금은 늘지만, 그만큼 소비가 줄어 세금 총액은 3500원일 때와 비슷해진다고 설명했다. 결국 담배값이 4500원일 때 최대의 세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애기다.

담뱃값 인상 후 정부가 보이는 행보도 이런 의구심을 부추기는 데 일조하고 있다. 담뱃갑 인상이라는 가격 정책 이외에 비가격 정책은 제자리걸음이다. 담배 포장지에 흡연의 폐해를 전달하는 경고 그림을 도입하는 법안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시작되지 못한 채 해를 넘겼다. 아울러 소매점 내에서의 담배 광고는 여전히 성행 중이며 병 주고 약 준다는 비아냥을 받는 담배 파는 약국도 줄지 않고 있다.

늘어나는 세수만큼 흡연자들의 건강 증진사업에 쓰이는 예산 또한 증가하지 않았다. 건강증진기금의 사업 구성을 보면 흡연자들의 금연지원 사업에 쓰이는 예산은 1475억원이 투입된 반면 금연과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연구개발(R&D)과 정보화 및 의료시설 확충사업 등에도 3482억800만원을 사용하기로 했다.

정부의 지지부진한 금연사업이 계속되는 동안 한 개비씩 낱개로 파는 까치 담배와 말아 피우는 롤링 타바코, 전자담배 등 흡연 틈새시장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도입을 두고 논란이 벌어진 봉초 담배 등의 사례를 보면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말을 꺼내놓기 민망하기까지 하다.

담배의 폐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가 처음 밝혔던 대로 국민건강 증진이 목적이라면 부처 수장의 금연보다 경고 그림과 담배 광고 제한, 흡연 틈새시장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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