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업계에서 엔지니어 출신 임원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걸까요.
건설경기가 호황이었던 1980년대 이후 2000년대 중반까지 줄곧 엔지니어 출신의 CEO가 대세였던 것과 대조적입니다.
당시 엔지니어 사이에서는 임원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외현장 근무 경험이 필요조건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엔지니어 출신을 우대하는 경향이 두드러졌습니다.
최근 1년 새 대형건설사들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는 ‘재무’ 전문가들이 속속 배치돼 두각을 나타내면서 이제는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입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위기관리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건설업계에서는 국내외 건설 불황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재무통’의 전성시대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2013년 말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 최치훈 사장의 진두지휘를 받은 삼성물산은 지난해 9년 만에 시공능력평가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최 사장은 조지워싱턴대 MBA를 수료한 뒤 제너럴일렉트릭(GE)과 삼성전자, 삼성SDI를 거치며 영업과 재무부문에서 강점을 보여 왔습니다.
현대산업개발은 작년 12월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 김재식 최고 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을 선임했습니다.
2013년 어닝 쇼크로 업계에 충격을 안겼던 GS건설 역시 일찌감치 당시 CFO였던 임병용 경영지원총괄 사장을 새로운 CEO로 선임하며 구원투수 역할을 맡겼고, 지난해 3월 포스코건설 대표이사에 부임한 황태현 사장 역시 1993년 포스코에 입사해 재무담당 상무와 전무이사를 거친 전통 재무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