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 확장” 따가운 시선… 역차별에 막힌 대기업 벤처투자

입력 2015-01-0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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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핫머니가 국내 벤처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대기업과 금융권의 벤처투자 활성화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현재 기술신용평가기관(TCB)의 기술신용평가 기반 대출은 6235건에 3조5915억원 수준(잔액 기준·잠정)으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벤처가 활성화하고 있는 만큼 자금 수혈에 더 목이 마르다는 의미다.

그나마 박근혜 정부의 기술금융 활성화로 버티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과 은행·보험 등 금융계의 벤처투자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상 벤처 육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기업이 벤처투자하면 문어발식 확장? = 대기업들은 삼성벤처투자, 현대기술투자와 같은 각종 벤처펀드를 조성해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금은 외국 핫머니에 비해서 턱없이 부족하고, 모험적인 투자를 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그리고 국내 투자보다는 해외투자에 더 열을 올린다는 지적도 있다.

대기업의 벤처펀드가 성장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기업의 벤처투자를 ‘문어발식 확장’이라고 하는 일방적인 편견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로 최근 지주회사의 증손회사 지분율 요건을 현행 100%에서 50%로 완화키로 하자, 일각에서는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에 면죄부를 준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결국 우량벤처에 대한 자금 수혈처로 외국의 핫머니는 괜찮고, 우리 대기업들은 절대 안된다는 이중적인 논리 때문에 대기업이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찬란했던 대기업·금융권의 벤처 투자 = 199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대기업과 금융권에서 벤처투자 열풍이 일었다. 대기업의 경우 삼성벤처투자, 현대기술투자, LG창업투자, STIC IT벤처 투자 등이 벤처기업전담펀드를 조성해 경쟁적으로 벤처투자를 단행했다.

당시 벤처펀드 설립은 한화, 금호, 코오롱, 쌍용 등 다른 대기업에도 빠르게 퍼졌고, 포항제철은 포스텍기술투자를 통해 34개 업체에 투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금융권의 벤처투자 열풍도 대단했다. 당시 산업은행은 1500억원, 국민 1000억원, 신한 500억~1000억원, 외환 500억원, 하나은행 500억원 규모의 벤처투자 펀드를 조성해 다양한 투자를 단행했다. 은행들 중에서는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이 재미를 많이 봤다. 신한은행은 50억원을 투자해 3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얻기도 했고, 국민은행은 738억원을 투입해 무려 4600억원의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금융권의 투자는 크게 줄고 있다. 그나마 기업은행만이 은행권 최초로 초기 벤처기업 투자를 전담하는 팀을 신설해 투자방식을 취한 기술금융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권뿐만 아니라, 엄청난 여유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보험사의 벤처투자 활성화 방안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벤처 1세대 투자 뜬다 = 다행히 성공한 벤처 1세대 선배들이 벤처투자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해외자본의 투자를 자연스럽게 견제함과 동시에, 좋은 벤처를 인수·합병해 자사의 기술력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벤처자선을 위한 유한회사 ‘C프로그램’이 있다. 이는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 김정주 NXC 대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이 함께 만들었다.

벤처자선은 사회에 비전을 제시하고 올바른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투자로 후원 형태의 공익재단과는 성격이 다르다.

개별적인 투자도 왕성하다. 네이버는 지난 12일 강남역 메리츠타워 1개 층을 스타트업을 위한 액셀러레이팅(창업 투자 및 보육) 센터로 만드는 작업에 들어갔고, 다음카카오는 유망 벤처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인수합병을 위해 1000억원을 출자해 투자전문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다음카카오의 투자전문회사인 케이벤처그룹(가칭)의 설립 예정일은 이달 23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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