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상(賞)이기를 포기했군요! [배국남의 이게 뭡니까?]

입력 2015-01-02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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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가 MBC 연기대상을 수상했다.(사진=MBC 방송 화면 캡처)

이제 하다하다 정말 희한한 일까지 하는군요. 불공정한 수상자 선정, 상나눠주기, 중복수상, 공동대상 등을 남발하더니 이제는 대상을 인기상으로 전락시키는 기상천외한 일을 벌여 스스로 상(상)이기를 포기하는 작태까지 벌이는군요. 바로 KBS, MBC, SBS 2014 연기대상, 연예대상, 가요대상입니다.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더 이상 나빠지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하지만 2014 MBC의 연예대상과 연기대상의 대상 수상자 선정방식을 보고 아연실색했습니다. 대중문화상이 뭡니까. 대중문화상은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음악 등 문화상품과 연예인, 스타에 대한 품질·명성, 실력, 가치를 공적으로 인증(reputation)해 주는 기능을 합니다. 또한 대중문화가 상업성으로만 치닫는 문제와 부작용을 완화시키며 문화작품의 완성도와 문화적 의미를 중요시하는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대중성과 인기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방송연예계에서 연기력과 가창력이라는 연기자와 가수의 본원적 실력·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상황을 만들어 연예계와 대중문화계 그리고 대중문화의 질적 도약을 꾀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전문적 지식과 경력으로 무장한 대중문화 전문가들이 심사숙고를 해 수상자를 선정해 시상을 하는 것이지요.

이번 시상식의 꼴불견의 압권은 MBC 대상 선정이었습니다. 모두 시청자 문자투표로 정했지요. MBC는 한해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빼어난 활약과 연기력, 예능감, 트렌드 선도, 대중문화적 의미 담보, 프로그램 기여도 등 다양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심사해 대상을 정해야함에도 가장 권위 있어야 할 대상을 인기투표상으로 전락시켜 스스로 상 제도를 무력화시켰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SBS의 연예대상은 이경규가 차지했는데 과연 2014년 이경규가 이끄는 프로그램이 큰 족적을 남기고 방송사적 의미가 있었는지 그리고 방송사가 최고의 미덕으로 삼는 시청률이 높았는지 살펴보면 의아해집니다. 안배차원의 대상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SBS 연기상 역시 과연 연기력이 출중해 전지현이 수상했는지 궁금하군요.

대상뿐만이 아닙니다. ‘뉴스타상’‘신인상’처럼 성격이 같은 것을 굳이 영어와 한글로 구분해 상을 주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을 비롯해 중복수상, 나눠먹기 수상 등 그동안의 폐해로 지적됐던 시상식의 문제가 더욱 심화됐습니다.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의 몰락이 두드러지고 tvN의 ‘삼시세끼’ JBC‘비정상회담’ 등 케이블 종편 예능이 트렌드를 이끈 2014년의 MBC의 연예대상 수상자와 수상작이 무려 64, SBS연예대상 42, KBS 33명(개)이더군요.

상이기를 포기하고 ‘참석자=수상자’라는 진풍경을 연출한 KBS, MBC, SBS 방송 3사의 연예, 연기대상 시상식을 3~4시간씩 생방송하는 것은 참으로 전파낭비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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