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젠 주택대출 걱정하는 정부

입력 2015-01-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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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석 부동산시장부장

2015년 을미년(乙未年) 새해가 밝았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 전망 기관들의 발표를 보면 2015년 한국 경제는 경기침체라는 긴 터널을 빠져 나오기 어려워 보인다.

부동산시장 전망도 밝지 않다. 부동산시장은 어두운 긴 터널을 지나면서 만난 빛이 터널의 끝이 아닌, 마주오던 기차의 전조등인 양 그 끝을 알 수 없는 형국이다.

우선 ‘발등의 불’은 1000조원을 훌쩍 넘긴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이다.

작년 6월 말 기준으로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42조2000억원으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 337조7000억원의 12.5%에 달한다.

보험회사와 여신전문금융회사 등 제2금융권까지 포함하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주택담보대출은 5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경기가 밝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한꺼번에 만기가 돌아오는 주택담보대출이 가계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정부도 가계부채 위험성을 감지했다.

작년 9월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이후 주택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데다, 오는 4월 이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계획으로 시장금리 상승이 예견되면서 가계부채 관리 문제가 현안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80% 정도가 시중 금리에 연동되는 변동금리형 대출인데, 시장금리가 올라가면 자동으로 대출금리가 올라가 가계의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정부는 1분기 중으로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기존 변동금리 대출자들이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타게 하는 ‘가계대출 구조조정’을 한다고 밝혔다.

가계 빚에 대한 정부의 고민은 십분 이해된다. 금리가 올 하반기부터 중장기적인 상승 곡선을 탈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내외적인 요인이 있는 만큼 고정금리 상품을 강화하는 타이밍은 적절해 보인다.

하지만 ‘빚’을 내어 집사라고 부추긴 지 불과 4개월 만에 주택담보대출 금리 걱정을 해주는 일관되지 못한 정책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또한 정부의 ‘가계대출 구조조정’이 예상과 달리 초저금리 기조가 유지될 경우 고정금리 대출자들이 손해를 볼 수 있는 문제점도 있다.

정부가 2011년부터 고정금리를 권장한 이후 2010년 5.1%였던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2011년 9월 말에는 8.1%, 작년 9월 말엔 27.2%로 크게 높아졌다. 그러는 동안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연 3.25%에서 2.0%로 내려갔다. 1억원을 대출받았다면 금리가 1%포인트만 떨어져도 연간 100만원의 이자 절감 혜택을 볼 수 있다. “정부를 믿었다가 낭패봤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지는 이유다.

정부는 과거에도 비슷한 대책을 추진해 왔다. 2000년 이후 근로자·서민 주택구입자금대출, 보금자리론 등의 고정금리 대출을 잇달아 출시했지만 2009년 이후 지속된 저금리로 변동금리 대출이 훨씬 유리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정부 대책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2017년까지 40%로 높이겠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는 단순히 대출금리 조정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 특히 정부가 고정금리 대출 비중 목표치를 정해놓고 은행권을 압박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을 무시한 과도한 시장 개입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이번 기회에 가계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의 구조도 현실에 맞게 확 뜯어 고쳐야 한다.

대출 기간이 지나치게 짧고 상환 방식도 만기 일시 상환이 30%를 차지한다. 대출 기간을 단기로 설정하고 만기에 일시에 대출을 갚는 방식은 부동산시장 활황기에는 유용했을지 몰라도 저금리에 집값이 내려가는 지금의 상황과는 맞지 않는다.

한꺼번에 몰려 있는 만기를 분산시키고, 저금리 장기분활상환으로 대체해 주택담보대출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주택담보대출의 규모를 줄이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신용등급이 나쁜 가계에 대해서는 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금리와 만기를 재조정하는 등 유연화 정책을 구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총량을 줄이고, 상환 방식을 개선하고, 신용등급을 정밀히 분석해 가급적 금리를 낮춰주는 것이 주택담보대출의 질을 높이기 위한 3대 원칙이다. 고도성장 시절에 생긴 주택담보대출을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맞는, 질 높은 주택담보대출로 서둘러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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