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소득 80%이상 안쓰면 10% 세금 부과…실효성은?

입력 2014-12-26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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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 윤곽 드러내…투자ㆍ가계소득 확대는 의문

내년부터 기업소득의 80% 이상을 투자나 배당, 임금 인상으로 쓰지 않으면 미달하는 부분에 대해 10%의 세금을 내야 한다.

정부가 25일 기업소득 환류세제의 투자 기준 등을 담은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내놓으면서 가계 소득을 늘리고 기업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가계소득 증대세제 3종 패키지가 구체화됐다. 내년부터 본격 시행될 가계소득 증대세제는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비롯해 가계소득 환류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를 말한다.

대기업들과 은행들이 배당을 늘리는 등 가계소득 증대세제에 대한 어느 정도 기대감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도 정확한 효과치를 예측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기업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상황이어서 이같은 세제 헤택이 가계의 소득을 늘리고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배당 상장기업 요건강화…삼성·현대차·은행들 배당 확대 기대감↑ = 정부는 가계소득 증대세제가 시행되면 기업들의 투자나 배당 등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 가계소득 증대세제 3종세트의 세수 목표는 0원이라고 정부는 설명한다. 기획재정부 문창용 세제실장은 “기업이 열심히 투자·임금 인상·배당을 해야 과세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배당을 늘리기 위해 도입한 ‘배당소득 증대세제’가 시행되면 배당성향이 시장 평균의 120% 이상인 기업에 세금를 깎아준다. 특히 배당소득 증대세제를 적용받는 ‘고배당 상장기업’ 요건은 최대한 확대했다. 정부는 고배당 상장기업의 배당소득에 대해 원천징수세율을 14%에서 9%로 인하하고, 대주주 등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에 대해선 31%에서 25%의 세율로 분리 과세할 수 있도록 했다.

배당에서는 이미 기업들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배당 확대를 발표한데 이어 현대자동차는 지난 24일 공시를 통해 2014년 결산배당 규모를 전년보다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주당 배당액을 전년보다 30% 이상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들도 배당 확대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932억원을 배당한 KB금융은 올해 배당 확대가 확실시되고 기업은행도 배당 확대를 검토키로 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배당을 실시하지 않아 올해 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다만 배당소득 증대세제의 경우 배당증가로 인한 소비증가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당초의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배당소득 대부분이 한계소비성향이 낮은 고소득자에 돌아가 정책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배당의 범위에 포함된 자사주 매입은 투자가 아니라 주가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어 제도의 본래 목적과는 차이가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투자ㆍ임금인상 미진한 기업엔 세금…유인요소는 부족 = ‘기업소득 환류세제’에서는 세금을 결정할 때에 적용되는 기준율이 법령에서 제시된 범위 중에 높은 수치로 결정됐다. 투자에 포함되는 방식의 기준율은 법률에 60∼80%로 돼 있지만 시행령은 80%로 규정했고 투자가 제외되는 방식의 법령상 기준율은 20∼40%지만 시행령은 비교적 높은 수치인 30%로 정했다.

예를 들어 지난해 1조 원의 소득을 올린 기업이 소득의 80%인 8000억 원 가운데 2000억 원만 투자, 임금 증가, 배당에 쓰면 나머지 6000억 원의 10%인 600억 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정부가 이번 시행령을 통해 기업의 투자의욕을 고취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이유다. 하지면 이 역시 실효성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우선 기업소득 환류세제로 세금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700개 정도로 대부분 중견기업이다. 대규모 투자 능력이 상대적으로 큰 대기업의 투자를 유인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업무용 토지를 기업소득 환류세제의 과세 대상이 되지 않는 투자 범위에 포함시켜 제도에 따른 투자 확대 효과가 정부의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시행령은 토지의 경우 업무용 건물 신·증축 부지에 한정해 투자로 인정해주기로 했고 내년 2월에 발표될 시행규칙을 통해 업무용 건물과 업무용 판정 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하기로 했다.

임금 인상을 유도하기 위한 ‘근로소득 증대세제’는 기업이 고용한 근로자들의 임금을 올려주면 증가분의 10%(대기업은 5%)를 세액공제해주도록 명시됐다. 다만 임원과 1억2000만원 이상 고액 연봉자는 산정에서 제외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기업들이 임금을 올리지 않고 투자를 늘리거나 대주주가 이득을 보는 배당소득을 확대해 과세를 피하는 방법을 선택하기 쉽다.

예산정책처도 근로소득 증대세제의 경우에도 정부가 제안한 기업규모 방식보다는 매출액이나 임금총액 등을 기준으로 공제율을 차등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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