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구호만 넘치는 게임진흥계획

입력 2014-12-2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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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년규 온라인국장 겸 미래산업부장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18일 게임 진흥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게임 종주국으로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게임 생태계 확립과 문화 활동으로서의 인식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이를 통해 2019년엔 세계적인 게임사 20곳을 양성하겠다는 포부다. 언론 보도용 제목으로 사용하기 좋게 5년간 23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내용도 앞머리에 내세웠다. 요즘 같은 시국에 큰 관심거리는 아니어도, 게임이라는 작지않은 산업의 중장기 계획이니, 언론마다 그 내용을 고스란히 게재한 것은 물론이다.

원래 게임 진흥 중장기 계획은 2003년부터 있었다.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제3조 1항에 따라 문체부가 정기적으로 발표해야 한다. 이에 2003년 5개년 계획안이 처음 발표됐다. 2차인 2008년에는 ‘2012년까지 세계 3대 게임강국으로 진입’을 목표로 유인촌 당시 장관이 직접 발표했다.

예정대로라면 그로부터 5년 후인 지난해 3차 중장기 계획이 발표됐어야 했다. 법률이 정한 강제조항이기 때문에, 당연히 지난해 나왔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아무런 소리 없이 지나더니, 올해만은 넘기지 않으려 했는지 2015년을 10여일 앞두고 부랴부랴 계획안을 내놓았다.

법률이 강제로 정한 내용을 문체부 담당자나 게임 관련 산업협회가 모를 리 없다. 담당 공무원이나, 게임업체들의 이익단체인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역시 아무런 소리 없이 지나가다니, 직무유기다. 정부 담당자나 이익단체의 무관심에서 게임산업의 미래가 엿보이는 것 같아 씁쓸하다.

게임을 ‘규제’ 일변도의 경직된 사고로 바라보는 시각이 정부 내 상당수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업계에선 그런 정부에 기대를 걸려고 하지 않는다. 정부와 업계가 엇박자를 내고 있는 국내 게임산업에 미래가 없다고 한탄하는 소리가 들린 것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이런 현실에서 문화부가 이번에 발표한 3차 중장기 계획은 다시 우리를 현혹하고 있다. 차세대 게임산업 신영역 창출, 재도약 기반 마련, 인식 제고를 통한 가치의 재발견 등 3대 전략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으로 가득차 있다.

6년 전인 2008년 유인촌 당시 문체부 장관이 직접 발표한 2차 중장기 계획안도 당시엔 환상의 문구들로 넘쳐났다. 당시에도 보도 제목에 사용하라고 ‘5년간 3500억원 거액 투자’ 문구가 들어가 있다. 더불어 차세대 게임제작 기반 조성, 세계 e스포츠 선도, 융합환경 제도 및 정책 체계화 등 프레젠테이션용 용어로 치장한 7대 과제를 내놓았다.

유 당시 장관이 2차 계획안을 발표했을 때 2003년의 1차 계획안의 결과에 대한 기사는 거의 없었다. 이번 역시 2차 계획안이 제대로 실현됐는지, 얼마만큼 성과를 봤는지에 대한 기사나 논평은 눈씻고 찾아볼 수가 없다. ‘3대 게임 강국’, 택도 없는 소리라는 것을 독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게임과 ICT 전문지들이 그렇게 많고, 게임 전문가들이 넘쳐나는데, 아예 관심들이 없는 모양이다. 하긴, 게임부문을 국가 산업의 한 축으로 보는 게 아니라, 영업 대상의 창구로만 여기고 있으니, 정부 정책이 제대로 흘러가는지에 관심두는 것은 괜한 시간 낭비겠지.

그동안 잘 나가던 게임 선도업체들도 거시(macro)가 아닌 미시(micro)에만 촉각을 곤두세워 아이템 판매로 ‘코묻은 돈’을 거둬들이는 데만 열을 올려온 게 현실이다. 기업이 돈 버는 행위에 집중하는 것을 나무랄 수 없지만, 게임업체들은 사회적 책임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최근에야 소외 이웃을 돕고, 후배 양성에 나서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올바른 게임 인식과 건전한 문화를 심는데는 너무 얄팍했다.

본론으로 돌아오면, 현재와 같은 게임정책, 게임업체들의 자세로는 한국의 게임산업은 위기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2차 중장기 계획안의 진솔한 검토도 없고, 6년 전 안을 그대로 모방한 3차 계획안이 ‘발표용’에만 그친다면, 5년 후 우리나라 게임산업은 목숨 부지가 어려울지 모른다. 중국 자본의 침투를 걱정만 하지 말고, 대안을 찾아 실천으로 옮겨야 한다. 게임 1세대들이 취미에만 탐닉할 게 아니라, 직접 나서 신발끈을 동여매고 후배들과 함께 거시의 게임산업 방향 모색에 몰두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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