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근로환경으로 건강이상 아이 출산한 것도 산업재해" 첫 판결

입력 2014-12-1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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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가 근로환경으로 인해 선천성 질병을 가진 아이를 출산했다면, 아이의 질병도 근로자의 산업재해로 봐야 한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근로자 본인이 아닌 출산 자녀의 건강문제로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 있는 일로, 해외에서도 유사 사례가 드물기 때문에 이번 판결은 선고 전부터 법조계는 물론 노동계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이상덕 판사는 19일 제주의료원 간호사 변모씨 등 4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신청 반려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 판사는 "변씨 등이 제주의료원에서 임신 중에 근무하면서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 주야간 교대근무, 임산부와 태아에게 유해한 약물 등과 같은 작업환경상의 유해요소들에 일정기간 지속적·복합적으로 노출된 후 변씨 등이 선천성 심장질환이 있는 아이를 출산했다"며 "출산 전후를 불문하고 이를 치료하기 위한 요양급여를 제한없이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원칙적으로 태아에게는 독립적 인격이 없으므로, 태아에게 어떤 영향이 미쳐서 생기는 법적 권리와 의무는 모두 모친에게 귀속된다고 봐야 하고,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산재보험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 개념을 해석하는 데 있어 업무로 인해 발생한 태아의 건강 손상을 제외하는 것은 임신한 여성근로자와 태아를 업무 위험으로부터 보호하지 않아 불리하게 차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9년 제주의료원 간호사로 근무하던 변씨 등은 유산을 하거나 선천성 심장질환을 지닌 아이를 출산했다. 같은 기간 병원에서 근무하다 임신한 간호사 15명 중 6명만이 건강한 아이를 정상적으로 출산했다. 이 병원 간호사들의 유산율은 33.3%에 달해 전국 평균 20.3%를 크게 웃돌았다.

변씨 등은 2012년 12월 업무 과정에서 산모와 태아가 치명적인 유해약물에 노출됐기 때문에 질환이 생기고 유산을 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요양급여를 청구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근로자 본인의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경우에만 산업재해를 인정할 수 있다며 요양불승인 처분을 내렸고, 변씨 등은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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