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크본드 시장, 유가 하락에 ‘출렁’…셰일업계, 연쇄파산 위기 직면
유가 하락에 견실한 성장세를 보였던 미국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고수익·고위험 채권인 정크본드시장이 흔들리면서 기업들의 돈줄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셰일업계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연쇄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바클레이스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정크본드 가격은 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한 6월 말 이후 8% 떨어졌다. 하락분의 3분의 1은 이달 들어 이뤄진 것이라고 14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앤드류 허렌스타인 모나크얼터너티브캐피털 공동창업자는 “유가가 에너지 분야를 강타한 데 이어 다른 분야에서도 자금이 새고 있다”고 말했다.
정크본드 가격 하락은 위험자산 투자심리 약화를 나타내는 신호로 해석된다. 실제로 정크본드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안전자산을 찾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정크본드와 비슷한 만기의 미국 국채 금리차(스프레드)는 지난 6월 연중 최저점이었던 3.23%포인트에서 최근 5.28%포인트로 확대됐다. 그만큼 정크본드 가격(수요)이 떨어지고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 국채 가격은 올랐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정크본드 매도세 자체가 기업들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방해해 구조조정이나 파산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셰일업계, 그 가운데 자본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중소업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휴스턴에 본사를 둔 엔데버에너지는 지난 10월 9억1320만 달러(약 1조원)에 달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호주 소재 업체지만 주력 사업이 미국 내 셰일유와 가스 생산인 레드포크에너지도 지난 주말 파산보호를 선언했다.
골드만삭스는 유가 하락의 장기적 여파에 주목했다. 유가가 떨어지면서 업체들의 여력이 줄어 9300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으며 이는 향후 석유생산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은행은 경고했다.
한편 미국 경제지표도 엇갈린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발표한 지난달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3%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10년 5월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그러나 뉴욕주 제조업 경기를 가늠하는 엠파이어스테이트지수는 12월에 마이너스(-)3.6으로, 전월의 10.2에서 급락했다. 특히 지수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