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시한이 임박한 11일(현지시간) 오후까지도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한 채 막판 진통을 겪었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이 막판 전격 합의했던 총 1조1000억 달러(약 1211조원) 규모의 2015년 회계연도(올해 10월1일~내년 9월30일) 예산안이 하원에서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일부 정부 기관이 문을 닫지 않게 하려면 이날 밤 12시 이전에 상·하원 전체 회의 통과 및 버락 오바마 대통령 서명 등의 절차를 마무리해야 하지만 아직 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 지도부는 이날 2015회계연도 예산안을 절차 표결에 부쳐 찬성 214표, 반대 212표로 가까스로 가결처리함으로써 전체 회의 찬반 투표에 돌입하는 데 필요한 걸림돌을 일단 제거했다. 잠정예산안(CR)과 통합예산안(omnibus) 합성어인 ‘크롬니버스’(CRomnibus)로 불리는 1조1000억 달러 규모의 이 예산안은 상·하원 세출위원회가 최근 초당적으로 마련한 것이다.
대부분 연방정부 기관에 대해서는 2015회계연도가 끝나는 내년 9월까지의 통합 예산을 배정하되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개혁 행정명령 시행 부처인 국토안보부는 내년 2월 17일까지의 단기 지출만 집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다.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 등 공화당 지도부가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봉쇄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 법안에 반대해온 당내 보수 티파티 세력의 반발을 잠재운 것이다. 그러나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감독을 규정한 도드-프랭크법을 완화하자는 공화당의 주장이 합의안에 대거 반영돼 민주당이 반대 목소리를 높이면서 합의안 처리가 막판 교착 상태를 보이고 있다.
한편, 백악관은 금융 규제 완화 등에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예산안이 의회에서 처리돼 넘어오면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