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여신금융사 등 2금융권은 매년 고배당을 실시해 왔다. 대기업 및 금융지주 계열사가 많은 2금융권 배당은 모기업 자본 확충에 기여한다. 특히 보험사는 내년부터 RBC비율이 하향조정돼 배당 여력이 확대된다. 하지만 배당액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혜택이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사 RBC 권고 기준 150%→120%로 하향 조정 = 금융당국은 2015년부터 보험사 RBC 권고 기준을 120%로 하향조정할 예정이다. 올해 6월 기준 RBC를 보면 대부분 권고사항 150%를 넘기고 있다.
RBC 비율은 보험사의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을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으로 나눠 산출한다. 가용자본은 자본금,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기타포괄손익누계액 등으로 이뤄진다. 기업의 배당 재원이 되는 이익잉여금 역시 가용자본에 해당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총 27조8000억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했고 이 가운데 21조원이 이익잉여금을 사용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이는 외부 자금의 수혈 없이 자체적으로 RBC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즉 금융당국이 RBC 권고기준을 하향조정한다면 보험사들이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사용하는 이익잉여금은 줄어들기 때문에 배당규모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특히 보험사의 배당성향은 전체 평균 배당성향 10~20%보다 높은 30% 수준이기 때문에 RBC비율 하향조정 시 배당금액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유안타증권이 지난해 배당을 실시한 보험사의 배당성향을 10% 상향조정해 산출한 결과 삼성생명은 올해 38.0%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조건으로 한화생명 25.0%에서 35.0%, 동양생명 25.7%에서 35.7%, 삼성화재 23.8%에서 34.0%, 동부화재 20.7%에서 31.0%, 메리츠화재 23.8%에서 32.0%, 코리안리 15.2%에서 31.0% 순으로 나타났다.
유안타증권 분석에서 생보사 대부분은 2012~2013년 배당성향 20% 중반대로 국내 기업 평균 18%를 훨씬 웃돌았다. 삼성화재와 동부화재는 2012년 각각 22.3%, 19.1%, 2013년 23.8%, 20.7%로 배당성향이 매년 증가해 왔다. 올해 추정치도 삼성화재와 동부화재는 각각 24%, 21%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다만 RBC 산출 시 금리 리스크와 신용 리스크 신뢰 구간 확대로 회사별 RBC는 내년 약 30~50%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유안타증권은 예상했다. 이를 고려하면 현재 200% 미만인 회사들은 금융당국의 권고사항 기준에서는 재무건전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 배당 줄이지 않는 카드사 = 신한ㆍ삼성카드 등 일부 대형 카드사는 이익이 줄었지만 배당은 줄어들지 않았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벌어들인 6580억원의 당기순이익 중 5240억원을 배당했다. 2012년(7417억원)보다 당기순이익이 11.2% 줄었지만 배당금 총액은 30.9% 늘었다.
배당성향은 지난해 79.6%로 전년보다 25.7%포인트 늘었다. 100원을 벌어 배당으로 80원 지출한 셈이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2733억원 중 807억원을 배당키로 결정했다. 삼성카드 역시 지난해 순익이 2733억원으로 전년(7498억원)에 비해 63.5%나 급감했지만 배당금은 전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배당성향은 10.77%에서 29.56%로 18.79%포인트 증가했다.
삼성카드의 최대 주주는 삼성전자로 37.45%의 지분을 갖고 있고, 삼성생명이 34.4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22.46%의 주식을 소액주주가 보유하고 있다.
카드사 중 유일한 상장사인 삼성카드는 상반기 제일모직과 삼성화재 매각 이익 1585억원, 이달 발생할 제일모직(옛 에버랜드) 보유 지분 구주매출 매각이익 등을 감안하면 올해에만 6500억원을 상회하는 특별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고배당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신용판매 실적 증가, 조달금리 하락 등으로 삼성카드의 올해 연간 경상 순이익은 2970억원으로 추정됐다.
KB금융그룹에 있다가 지난 2011년 분사한 KB국민카드는 아직 분사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아 배당을 하지 않고 있다.
현대카드의 경우 배당을 실시하지 않고 있으며 현대캐피탈을 통해 배당을 늘리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3844억원 중 1800억원을 배당했다. 현금배당성향은 절반에 가까운 46.84%다. 전년(4464억원)에 비해 순익이 줄었지만 배당액은 1000억원에서 800억원 가까이 늘어났다.
현대캐피탈의 최대 주주는 56.47%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현대자동차이며, GE가 43.3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롯데·우리·옛 하나SK카드 등 다른 카드사들은 배당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카드업계는 주식매각 등 일회적 이익을 제외하면 가맹점 수수료 및 신용대출 금리 인하 등 규제의 영향으로 2012년 이후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조달금리 하락 효과로 수익성이 소폭 개선되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배당을 할 경우 자산건전성을 해치거나 소비자에게 돌아갈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이익잉여금이 내부에 상당금액 쌓여 있는 상황에서 여력이 있기 때문에 적당한 수준에서 배당을 하는 것”이라면서 “해당연도 순이익으로만 평가할 것이 아니라 장기간 경영성과 누적분과 배당할 수 있는 여력 등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