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고용정책이 기획재정부를 통해 논의되면서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역할부재론’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현재 두 부처간에 ‘기간제 정규직(중규직)’논란이 불거지면서 노동계도 크게 동요하고 있는 양상이다.
두 부처간 엇박자의 시발점은 내년에 업무 성과가 현저히 떨어지는 정규직을 지금보다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정규직 일반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일부 보도에 기인한다. 기재부 특유의 언론 간보기로 주요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미리 민감한 정책 사안을 언론에 흘려 여론의 추이를 살펴보고 ‘아니면 말고’ 식의 발빼기 전략 때문에 두 부처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고용문제와 관련해 정부 안팎을 통해 이 같은 정책내용이 기재부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용부는 해명 자료를 통해 “2015년 경제정책 방향을 놓고 관계부처와 협의한 바 없고, 앞으로 협의할 계획”이라면서 “정규직 일반해고 요건 완화는 사실과 다르며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재부는 구체적인 정책내용이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우리 경제의 체질개선과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사실상 정규직 일반해고 요건 완화가 정책 논의대상 중 하나라는 점을 시사했다.
이어 정부의 ‘기간제 중규직’ 도입 보도에 대해서도 두 부처간 입장차는 여전했다. 기간제 중규직이란 해고요건 등은 정규직보다 낮되 근로자에 대한 처우는 비정규직보다 높은 고용형태를 말한다. 이른바 일반해고 요건 완화책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해석된다.
중규직 도입과 관련해 고용부는 “사실과 다르며 이를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보도의 근원지인 기재부 측은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부 안팎에선 사실상 총괄부서인 기재부의 뜻대로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주요 고용정책의 경우 기재부에서 정책내용을 흘리면 고용부가 서둘러 논의한 바 없다는 해명자료를 내놓았지만 결국 기재부의 방안이 관철되지 않았느냐는 분석이다.
문제는 고용정책의 주무부처인 고용부가 주요정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고용부가 민감한 고용정책에서 기재부가 제시한 방안을 사후 추인해주는 사실상의 ‘2중대’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이 두 부처의 정책공조 부재가 노출된 가운데 일각에선 고용부의 ‘역할부재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전문가는 연초 민주노총 사태와 통상임금과 같은 굵직한 사안에서 제 역할을 찾지 못했던 고용부가 ‘일반해고 요건 완화’라는 부처 본연의 정책마저도 주도권을 뺏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을 지켜보는 노동계 또한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2일 언론을 통해 정부가 너무 큰 사안을 쉽게 건드리고 있다며 “노동 실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노동계와 노동현안을 논의하는 과정에 주체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기획재정부가 노동계와 충분한 협의 없이 연일 정규직 해고 요건 완화 등 여러 노동현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개탄스럽다”며 이 경우 전면적인 투쟁을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