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의 공포’ 빠진 세계경제…IT·車·철강·조선 등 주력사업 빨간불
디플레이션 공포가 전세계를 덮치고 있다. 유럽, 일본, 중국 등에서 경기부양책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증시에서는 환율 변수로 전기전자, 자동차, 철강, 조선업종 등의 신음이 깊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수출 전선에 빨간 불이 켜졌다. 경기 둔화 속에서 환율 역풍을 맞고 있는 전기전자,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수출을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는 업종들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이후 금리인상 가능성에 따른 달러화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환차익을 반색할 겨를도 없이 엔저 후폭풍이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중국에서도 지난달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위안화 약세도 염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환율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앞다퉈 금리인하와 유동성 확대 공급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유독 우리나라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가 차별화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연이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유럽과 중국증시도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국내증시는 글로벌 증시와의 디커플링(Decoupling) 국면을 이어가며 1900선 박스권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월 일본중앙은행(BOJ)은 본원통화 규모를 기존 60~70엔에서 80조엔으로 확대하겠다고 결정했다. 지난해 엔달러 환율은 90엔 수준에 머물렀지만 지난주 118엔을 훌쩍 넘어서며 120엔 돌파도 가시화되고 있다. 엔달러 상승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은 다시 1100원에 육박하고 있다. 엔화 약세가 속도를 내며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기업의 수익성이 하락하며 신용 리스크가 확산되는 악순환도 반복될 수 있다.
정부에서는 원엔 동조화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지만 엔화 약세 속도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엔화 대비 원화는 절상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와 환율 사이 딜레마에 빠져있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리기도 쉽지 않다. 원달러 환율 레벨이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려 원화 약세를 유도할 경우 쏠림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 또한 경기 불확실성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경기 하강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높이는 역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원엔 환율 하락세가 지속되며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엔화 약세로 인한 IT, 자동차, 철강, 기계, 레저 업종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