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망은 통신사 소유물… 카카오톡 망 사용비 내야” 의견에 인터넷사업자들 “콘텐츠 개발 저해” 반발
몇 년 전 KT가 삼성전자 스마트TV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면서 망 중립성 논란이 다시 제기된 적이 있다. 당시 KT 측은 “스마트TV가 인터넷망을 무단으로 사용하면서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한다”며 “다수의 이용자를 보호하고 시장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접속을 제한키로 했다”고 공식 입장을 밝히자 ‘망 중립성과 이용자 보호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일었다.
게다가 KT는 LG전자가 “트래픽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보인다”는 이유로 삼성전자에만 이 같은 통보를 해 형평성 논란도 함께 불거졌다.
이에 대해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는 “KT의 이 같은 결정은 망 중립성 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며 삼성과 LG전자를 차별대우한 점도 공정성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망 중립성은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인터넷 망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트위터나 메신저 등의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났다고 해서 인터넷 서비스업체가 망을 제공하는 이동통신사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돈을 지불할 필요는 없으며, 이동통신사는 돈을 더 많이 지불한 대상에게 더 빠른 통신망을 제공하는 것 역시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공정성·형평성’ 개념이 결국 망 중립성 논란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있다. 해외에서는 1970년대부터 망 중립성 논란이 있었으나 국내에서는 인터넷이 발달하고, 특히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수면위로 급부상했다. 카카오톡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수년 전 카카오톡이 트래픽 과부화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이동통신사들은 “카카오톡이 아무런 대가 없이 망을 사용한다”며 불만을 제기했고 이는 결국 망 중립성 논쟁에 불을 지폈다.
카카오톡을 통해 문자를 주고받는 이들이 급증할 경우 이동통신사의 수입원 중 하나인 문자메시지 수요가 줄면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카카오톡의 모바일 인터넷 전화 서비스(mVoIP) ‘보이스톡’의 국내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도 이동통신사들은 강하게 반대 의사를 표했다. 보이스톡 역시 상당한 트래픽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
결국 이통사들은 불만 제기에 그치지 않고 서비스 차단, 통신요금 인상 등을 거론했고 소비자들의 거센 비판에 부딪히기도 했다.
이동통신사들은 당시 상황과 관련해 “만약 카카오톡이 망 중립성의 원칙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사용량에 비례한 인터넷 사용료를 지불했다면 지금처럼 발전된 모습은 불가능했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카카오톡을 비롯한 콘텐츠 공급업체의 입장은 다르다. 그들은 “모든 콘텐츠는 사용자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하며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유로운 콘텐츠 개발이 필요한데 망 사용에 대한 비용 지불은 콘텐츠 개발의 저해를 가져온다”고 입장을 밝히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망 중립성 문제와 관련, 뒷짐만 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미 2011년 망 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해 시행했으며 망 중립성 정책자문위원회를 구성해 다양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 또 미래창조과학부는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이용과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에 관한 기준’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망 설비에 대한 투자비를 누가 부담할 것인가, 인터넷 생태계를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공정경쟁 측면에서 바람직한 정책방향이 무엇인지, 정부의 개입 정도는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결론이 명확하게 나지 않은 상태로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요컨대 통신사가 주장하는 “이동통신망은 통신사의 소유물”이라는 논리와 인터넷 사업자들이 바라는 “망에 가입된 사용자들은 자유롭게 망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 사이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이들 논리는 끊임없이 격돌할 것이다. 그만큼 망 중립성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을 논제인 셈이다.
업계 전문가는 “통신망이 국가 기간망으로서의 역할을 하지만 그 관리는 일반 사기업에서 하고 있어 망 중립성을 놓고 기업 간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어느 한 쪽으로 결론이 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