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두말할 것도 없이 지금은 소비활성화다. 가계를 살려야 하고 골목경제를 위기에서 구해야 한다. 2012년 상반기 기준 10대 재벌의 현금성 자산이 78조원, 사내유보금 총액은 183조원이고 45개 대기업집단의 사내유보금 총액은 313조원에 달했다. 대기업들은 돈이 없어서 투자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가 없어서 투자를 못하는 것이다. 반면 올해 9월 기준 가계부채 총액은 1040조원을 넘어섰다. 누가 봐도 지금 정부가 부축해야 할 약자는 기업이 아니라 가계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수렁에서 탈출하려면 내수활성화, 특히 서비스산업의 발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정부의 진단을 비판하려는 게 아니다. 정부의 처방이 너무나도 시대착오적이라는 게 문제다.
정부가 경제 살리기 법안의 대표격으로 내세우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그렇다. 지난 8월 내놓았던 서비스산업육성대책이란 것도 그렇다. 정부의 정책두뇌가 어떻게 된 것인지 서비스산업을 육성한다며 동네 병원, 시골 병원들을 다 죽일 대책을 내놓는다. 정작 살려야 하는 것은 골목 골목마다 즐비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인데, 정부의 눈에는 의료관광, 카지노 복합리조트, 외국교육기관 같은 것들만 들어오는 모양이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세우듯 서비스산업발전 기본계획이란 걸 만들어 대기업의 투자를 끌어들이고 연구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세금을 깎아주고, 예산을 지원해주고 규제까지 풀어주자는 법을 버젓이 내놨다. 물론 서비스산업에 대기업의 영역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지 않아도 돈 많은 대기업들에 돈 쓰라고 돈을 대주는 격이다.
‘작은 정부 큰 사회’를 외치는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공동체를 육성해 골목경제를 지원하겠다며 마을 앞 선술집인 펍을 살리는 예산을 쓰는데, ‘작은 정부’밖에 모르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우리 자영업이 규모가 작고 수익률은 낮고 국제경쟁력이 없다며 대기업들에 골목경제까지 내맡기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서비스산업의 공급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특히 교육, 의료 등 공공서비스에 영향을 미칠 규제완화는 신중해야 한다. 아니, 지금은 무엇보다 서비스산업을 포함한 내수 수요를 창출할 때다. 수요가 공급을 부르고, 공급이 투자를 부른다지 않는가. 지금이야말로 서민들에게 감세도 해주고 소득을 늘려줘야 내수가 일어나고 골목경제가 살아나 서비스산업도 기반을 잡게 될 것이다.
그런데 정부 정책은 어찌 이리도 정반대일까.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감세 철회 요구는 무시한 채, 작년에는 봉급 생활자들의 연말정산액과 자영업자의 부가세 감면액을 줄이더니, 이번엔 담뱃세와 주민세, 자동차세 등 서민 세금을 올리겠다고 한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오히려 줄이는 세제개편안을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한 짝으로 들고 나온 것이다. 정부의 분별 없는 경제정책에 우리 경제는 언제까지 신음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