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세모녀법' 합의…부양의무자 소득기준 212만원→404만원으로 크게 완화
지난 2000년 도입된 기초생활보장제도가 15년 만에 대대적으로 개편된다.
최저생계비가 아닌 사회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각 가구의 처지에 맞게 따로 지원하고 저소득층을 돌봐야 하는 책임을 정부가 맡으면서 가난의 되물림을 최소화하려는 취지다.
여야가 지난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서 합의한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의 핵심은 한 마디로 저소득층 지원 방식을 ‘개별 맞춤형'으로 바꾸는 데 있다.
지금까진 소득이 최저생계비라는 절대 기준을 넘어서면 그 어떤 혜택도 받을 수 없었다. 이에 따라 기초생활 수급자 가운데 일부가 정부 지원이 끊어질까 걱정하는 상황이 벌어져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오히려 저소득층의 근로 의욕을 꺾는다는 지적이 일어왔다.
개정안에 따르면 새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는 최저생계비가 아닌 '중위소득'이 주요 기준이 된다. 중위소득은 말 그대로 모든 가구를 소득 순서대로 줄을 세웠을 경우 정가운데 위치한 가구의 소득을 일컫는다. 중위소득은 전체 사회의 경제 여건을 반영하고 상황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저소득층 문제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정부와 여야는 기초생활보장을 위한 7가지 급여를 각각 분리해 다른 지원 기준을 설정하는 이른바 ‘맞춤형', 또는 ‘개별급여형’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급여별 새 기준은 △생계급여 중위소득 30% △의료급여 중위소득 40% △주거급여 중위소득 43% △교육급여 중위소득 50% 등이다.
이와 함께 이번 개정안은 부양의무자 기준도 크게 완화했다. 실제로 여아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놓고 19개월간 첨예하게 대립했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는 1촌인 직계혈족과 배우자 즉 ‘부양의무자'가 생계를 대신 책임질 여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소득 인정액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해도 기초생활보장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부양의무자의 부양 능력을 따지는 소득 기준으로는 부양의무자 가구와 빈곤 대상자의 최저생계비를 더한 금액의 185%가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준 아래에서는 부양 능력이 너무 폭넓게 인정돼 비슷한 처지의 자녀와 배우자가 소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 혜택을 받지 못해 빈곤의 되물림 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앞으로는 부양의무자가 빈곤 가족(수급자)에게 최저생계비를 지원하고도 중위소득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경우에만 부양 능력이 있는 것으로 따지게 된다. 부양의무자의 소득이 중위소득을 넘지 않는 경우에도 부양 능력이 전혀 없다고 판단, 기초생활보장 대상에게 생계 급여를 전혀 깎지 않고 전액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예를들어 기초생활보장 대상 가족 2명(수급자)을 둔 4인 부양의무자 가구의 소득이 404만원을 밑돌면 2명 수급자의 생계 급여를 정부가 모두 지급한다. 다시말해 부양 가구의 소득이 507만원을 웃돌면 수급자 2명이 기초생활보장제도 대상자에서 제외된다는 뜻이다. 현행 최저생계비 두 기준이 각각 212만원, 346만원선인 것과 비교해 부양의무 기준이 상당히 완화된 셈이다.
특히 교육 급여는 기회 균등과 미래세대 투자라는 측면에서 아예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기로 했다. 또 중증 장애인의 경우 의료비·장애용구 구입비 등 필수 생계비가 더 필요한만큼, 소득·재산 기준을 일반인보다 더 낮춰 부양 능력을 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