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의료소송 승소율 0.6%의 이면 - 좌영길 사회팀 기자

입력 2014-11-1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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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으로 바위치기’

최근 가수 신해철씨의 죽음을 계기로 의료소송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관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중 상당수는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의료소송 통계를 인용하며 피해자 측이 승소하는 일이 매우 힘들다고 지적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접수된 의료소송 1100건 중 피해자 측이 승소한 사건은 단 6건에 그쳤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그러나 이 통계인용은 적절하지 않다. 일단 1100건은 접수된 사건이고, 선고가 된 사건은 944건이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사건은 빼야 하니 ‘승소율’의 분모는 1100이 아니라 944가 맞다. 그리고 6건을 제외한 나머지 938건을 모두 패소로 봐야 하는 것인가도 따져볼 문제다. 여기에는 289건의 ‘일부 승소’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의료사고로 환자나 유족이 병원을 상대로 1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내 900만원을 받게 됐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1000만원을 다 받지 못해 ‘승소’로 집계되지는 못했지만, 과연 이 소송을 진 것으로 봐야 할지는 의문이다. 이러한 일부승소를 ‘승소’로 보게 된다면 승소율은 30%대로 크게 올라간다. 하지만 일부승소에는 1000만원을 청구해 100만원을 받게 되는 경우처럼 패소나 다름없는 사례도 포함돼 있다. 결국 의료소송의 승소율을 제대로 따지려면 289건의 사건을 일일이 분석해야 한다.

한 의료전문 변호사는 “승소율이 지나치게 과장돼 환자들이 지레 소송을 포기해버리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환자나 유족이 정신적·육체적으로 지친 상태에서 진행되는 의료소송은 매우 힘든 싸움이다. ‘이기지 못할 거라면 송사에 휘말릴 필요가 없다’는 부정적 인식이 의료소송의 어려운 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문제점을 지적하고 보완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만, 통계를 과장하는 것은 또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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