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장의사란, ‘잊힐 권리’ 좋지만 표현의 자유 해칠 수도...

입력 2014-11-06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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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장의사란

▲도입 검토 대상 주요 외국직업에 디지털 장의사가 포함됐다.(고용노동부)

디지털 장의사가 네티즌의 관심을 받으면서 ‘잊힐 권리’를 보장하려다 ‘표현의 자유’를 해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디지털 장의사란 세상을 뜨기 전 재산 등 주변을 정리하거나 사망 후 시신을 수습하는 것처럼 온라인상의 기록을 정리해 주는 직업을 말한다. 개인이 원하지 않는 온라인 기록을 대신 삭제해주는 ‘디지털 세탁소’ 개념에서 갈라져 나왔다.

대표적인 ‘디지털 장의사로는 온라인 상조회사인 라이프인슈어드닷컴이 있다. 라이프인슈어드닷컴은 회원이 사망하면 인터넷 정보 처리에 대한 유언을 확인한 뒤 망자의 온라인 정보를 정리한다. 회원 가입비는 300달러(한화 약 34만원)이다.

온라인상의 활동이 오프라인에서보다 더 많아지고 있는 요즘, 디지털 장의사는 고인의 아름다운 기록만을 남겨둬 사회적인 요구보다 개인의 자유를 우선시한다. 올해 5월 13일 유럽연합(EU)의 최고 사법기관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인터넷상의 사생활 보호를 존중하는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려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잊힐 권리를 무조건 긍정적으로 바라봐선 안된다는 목소리도 강하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ECJ의 이번 판결은 일반인들의 소통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약한다”고 주장했다. 디지털 장의사를 통해 인터넷상에서 몇 차례씩 검열된 정보만을 보게 되거나 포털 검색창에 특정 정보가 검색되지 않도록 조치되면 표현의 자유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연구위원 역시 올해 6월 오픈넷이 주최한 ‘인터넷의 자유와 개인정보보호’ 토론회에서 “잊힐 권리는 법 권력을 소유한 집단에 유리하다”며 “국가권력과 기업권력, 정치인의 불편한 진실에 대한 접근이 제한될 소지가 높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에 디지털 장의사 제도가 도입되려면 제3자가 고인의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부터 고민이 필요하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디지털 장의사’라는 제도는 아주 많은 이슈가 얽힌 문제라 따져봐야 할 게 많고 조심스러운 영역”이라고 말한다. 국내법상 영리를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동의하는 건 가능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상 제3자에게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건 불법이라 디지털 장의사 제도를 도입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디지털 장의사에 대해 네티즌은 “디지털 장의사란, ‘자다가 하이킬’할만한 옛날 기록들을 삭제해주면 좋은 것 아닌가요?” “디지털 장의사란, 이 제도가 합법화 되면 평범한 소시민이 아니라 권력 가진 사람들이 자기 치부 지우는데 사용할 듯” “디지털 장의사란, 생각보다 싸다. 저 정도면 죽기 전에 맡길 만 하겠는데?” “디지털 장의사란, 검열이 팽배한 세상에서 마음대로 삭제라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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