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오뚜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 공장이 있거나 현지에서 사업을 펼치는 회사들입니다. 황제주로 통하는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 중국 내 세번째 공장을 준공했습니다. 투자액 1300억원에 축구장 크기 12배에 이르는 생산, 연구개발(R&D), 물류 등을 묶은 뷰티사업장을 만들어 기존 중국 공장보다 10배의 생산력을 갖췄습니다. 영원무역은 방글라데시에 공장이 있고, 미스터피자의 중국 내 인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이밖에도 초코파이로 중국 시장을 평정한 오리온을 비롯해 LG생활건강,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도 위에서 언급한 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탄탄대로를 걷고 있습니다.
반면 같은 내수주이긴 하지만 흔히 유통채널이라고 불리는 백화점과 대형할인점, 홈쇼핑 등의 주가는 요즘 날씨처럼 추풍낙엽 신세입니다. 대표적인 내수주인 롯데쇼핑은 연초 대비 26%가량 떨어졌고, 이마트 역시 25%가량 가격이 내려갔습니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 역시 15~20%가량 하락했습니다. 9월 말~10월 초 러시를 이뤘던 중국 관광객이 아니었더라면 백화점 주가는 더 빠졌을 것이라는 얘기도 들립니다.
잘 나간다던 홈쇼핑 업체들도 죽을 쑤긴 마찬가집니다. 지난해에만 50~100%가량 주가가 올랐던 CJ오쇼핑과 GS홈쇼핑은 올해 각각 36%, 30%가량 떨어질 정도로 기세가 꺾였습니다. 그나마 편의점 업체를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GS리테일이 올랐거나,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쳐 체면을 세웠습니다.
유통채널의 부진은 연초 세월호 참사에 따른 소비심리 악화와 전반적인 경기 불황 때문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입니다. 여기에 한 달에 두 번가량 강제휴무를 해야 하는 대형마트 규제(유통법) 등도 소비를 위축시키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당연히 주가가 좋을 리 없습니다.
얼마 전 만난 음료업체 A사의 임원은 “10월은 5월과 더불어 1년 중 실적이 가장 좋은 기간이지만 지난 9월보다도 판매량이 저조해 마감일을 이틀 넘겨서까지 정산해봤지만 신통치 않았다”고 푸념했습니다. 이어 “유통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전체 매출의 2~5%가량이 더 빠지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소비자들이 주말에 물건을 구입하는 양이 훨씬 많은데 한 달에 두번 장사를 못하다 보니 대형할인점 매출 감소 여파가 그대로 납품업체에 전해진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내수주가 대세라고 하지만 중국사업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거나 인건비를 낮춰 이익률을 높이는 재주가 없는 이상 주가가 오르기는 참 힘든 구조입니다. 내수 활성화가 내년 경제의 키를 쥐고 있다고 아무리 떠들어도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면 몇몇 기업을 빼고는 내수주는 항상 제자리 걸음일 수밖에 없습니다.
내수를 키워야 경제야 산다는 건 이제 거의 상식입니다. 정부의 전향적인 인식 전환과 이에 걸맞는 발 빠른 실천력이 절실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