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10개 단지 관리처분 총회…강남 재건축 엇갈린 행보
지난달 25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이 전격 시행됐다. 재건축 추진과정에서 얻게 되는 집값 상승분의 최고 50%를 개발부담금으로 떼간다는 이 법은 위헌논란까지 나올 정도로 논란이 많았지만 부동산 투기근절이라는 ‘국민 정서법’의 성격을 얻게 되면서 시행되게 됐다.
이에 따라 이 법의 주요 ‘타겟’인 강남권 재건축단지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조합측은 부담금 손해를 보기 전까지 사업을 서둘러 끝내자는 입장이며, 재건축 사업장에선 언제나 있기 마련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개발부담금 부과를 회피할 수 있다는 이유로 분담금이나 동호수 추첨 등을 어물쩡 넘기려는 조합과 시공사 측의 강공에 맞서 사업 무기한 연기론까지 펴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부산함 속에서 사업 막바지 단지들은 25일 전 관리처분 인가 신청을 위한 관리처분 총회를 잇달아 개최했다.
우선 막바지재건축단지가 몰려 있는 서초구는 모두 10개 단지가 신청을 했다. 저밀도 지구 재건축 물량인 반포동 미주 280가구를 비롯해, ▲잠원동 반포한양(372가구), ▲서초동 삼호가든1.2차,(1034가구), ▲잠원동 대림(632가구), ▲잠원동 한신5차(555가구), ▲반포2동 한신1차(신반포1차, 790가구), ▲서초동 금호(324가구), ▲서초4동 삼익(228가구), ▲서초4동 삼호1차(708가구), ▲방배동 서리풀 단독주택(395가구) 재건축 등 총 5318가구. 또 강남구에서는 청담동 한양 672가구를 비롯해 ▲역삼동 진달래2차(424가구), ▲역삼동 진달래3차(432가구), ▲역삼동 성보(375가구), ▲역삼동 개나리4차(264가구), ▲역삼동 개나리 5차(192가구), ▲도곡동 광익연립(16가구), ▲신사동 삼지(60가구) 등 8개 단지 2435가구가 관리처분 신청을 했다. 이밖에 금천구 시흥동 남서울한양아파트(1505가구)와 강동구 고덕동 고덕주공1단지(780가구)도 성공적으로 관리처분을 마칠 수 있었다.
반면 비대위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결국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하지 못한 단지도 있다. 강남권 중층재건축의 선도자격이었던 잠원동 한신6차는 최근 열린 총회에서 관리처분안이 부결됐고, 반포 우성은 재건축 반대파가 제기한 사업승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여 마감날인 22일까지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개발부담금을 피해갈 단지들과 관리처분을 신청하지 못한 단지들의 명암도 엇갈릴 전망이다.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단지의 경우 분담금과 동호수를 둘러싸고 조합원들의 진통이 예상되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내년 상반기까진 착공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개발부담금을 피하지 못한 단지는 빠른 사업 속개보다는 내후년이 될 정권교체 이후를 노린다는 움직임까지 포착되는 상태. 실제로 한신6차 비대위 관계자는 “임대아파트 의무비율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등은 일시적인 방편인 만큼 다음 정권에서 바뀔 가능성이 적지 않다” 라며 “개발부담금을 피한다고는 하지만 임대아파트 의무비율과 소형평형 60% 의무비율이 엄연히 적용되는 현 상황에서 굳이 재건축을 추진할 이유는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 같은 비대위의 기대감에 대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 덧붙인다. 반포주공 2, 3단지를 비롯해 몇몇 단지가 이미 임대아파트를 수용한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한 만큼 이들에게 형평성 문제 제기를 받지 않기 위해선 다음 정권도 쉽게 재건축 관련 규제를 허용해주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 이에 따라 만약 재건축 임대의무 비율이 폐지되길 기다린다면 적어도 이들 아파트가 입주를 마치고도 한참이 지난 뒤에나 가능할 것이란 게 업계의 예측이다.
특히 비대위가 관리처분 총회를 무산시켜 결국 재건축 추진이 어려워 진 곳은 사실상 당분간 사업추진이 어려울 전망. 비대위가 조합 집행부로 옮겨간다고 해도 기존 조합원들의 반발 역시 극에 달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못한 단지를 비롯한 대부분의 재건축 단지는 당분간 사업추진을 중단하고 관망세로 접어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잠원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6차 같은 관리처분 총회 실패 단지의 경우 조합원들이 반토막이 나 있는 상태라 당분간 봉합은 불가능하다”며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법이 통과된 뒤 오히려 시장의 적막감이 더 확산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