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MBK 지분 인수…추가 구조조정 불가피
금융감독위원회는 지난달 29일 MBK파트너스가 설립한 투자목적회사인 에슐론유한회사의 HK저축은행 주식 41.7%를 취득하는 것을 승인했다. 이와 함께 현대캐피탈의 19.3% 지분 인수도 함께 승인했다.
이번 양사가 HK저축은행의 지분 인수를 위해 1174억원 자금을 투입하게 됨에 따라 오는 10일 증자가 마무리되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은 현재 3.69%에서 11.15%로 껑충 뛰어오르게 된다.
또 HK저축은행은 지난달 28일 50% 자본잠식으로 인해 관리종목에 포함됐지만, 이번 증자가 마무리되면 자연스럽게 이 또한 벗어나게 된다.
한 때 저축은행업계 최대 자산규모를 자랑하던 HK저축은행이 경영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HK저축은행은 지난 몇 년간 경영권의 불안으로 인해 영업력이 많이 떨어졌음에도 불구 총자산 1조9615억원, 총 여신규모 1조7350억원, 수신고 총 1조8276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3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번 MBK와 현대캐피탈의 지분 인수로 인해 향후 HK저축은행은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HK저축은행 분쟁의 역사
HK저축은행이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03년 미국계 펀드회사로 알려진 PPRF(퍼시픽 캡 퍼시픽 림 에프아이 펀드)가 한솔그룹으로부터 지분을 인수한 이후부터다. 나중에 ‘검은머리 외국인’으로 밝혀진 PPRF는 HK저축은행의 BIS비율을 5%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200억원의 증자가 필요했으나 단 한푼의 자금도 끌어들이지 못했다. 이에 이종윤 당시 HK저축은행 회장이 160억원을 끌어오고, 우리사주에 40억원을 투자해 간신히 200억원의 증자를 마쳤다.
PPRF는 이종윤 회장에서 경영권의 절반을 넘기기로 했으나 약속을 파기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
이에 이종윤 회장 측으로 알려진 선진씨엠씨에서 박정삼 사장을 새로 선임했으나, 여전히 1대 주주인 PPRF에서 박 사장의 해임을 주도하는 등 최대주주로써의 자격 유지를 위한 치열한 ‘투쟁’을 시작했다.
결국 PPRF와 선진씨엠씨는 ‘신사협정’을 맺고 HK저축은행의 증자에 2대주주인 선진씨엠씨가 참여하지 않기로 합의해, 박 사장이 물러나고 지난해 12월 제이원저축은행 대표를 지낸 김명도 씨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며서 경영권 분쟁이 1차적으로 마무리됐다.
이후 MBK가 지난 3월 HK저축은행을 인수하기로 하고, 현대캐피탈을 파트너로 해서 HK저축은행의 3자배정 유상증자에 함께 참여, 오는 10일 주금 납입을 완료하면 완전히 경영권 분쟁은 마리된다.
◆HK저축은행 경영 및 영업 어떻게 되나
현재 알려진 바는 MBK가 경영권을 행사하고 현대캐피탈은 경영컨설팅 등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현대캐피탈이 HK저축은행의 경영에 깊숙이 참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캐피탈도 현재 HK저축은행 경영 및 영업에 참여할 인사를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주금 납임이 끝나면 바로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모그룹과의 연계를 통한 여신영업을 통해 현재 1조3000여억원의 여신규모를 1년 안에 2조원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여신 규모를 끌어올리기 위해 방법으로 선택한 것은 PF대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건설계열사인 엠코가 건설하는 사업에 HK저축은행이 참여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영업정상화, 아직은…
그러나 이러한 자금상의 문제의 해결에 따른 경영권 불안 요인이 해소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영업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경영권 분쟁이 지난 몇 년간 계속되면서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지고, 또 많은 인력이 유출됐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경영권 분쟁이 심화되면서 직원들의 사기는 떨어질 데로 떨어졌다. 또한 경영진이 바뀌면서 많은 인력이 빠져나가게 됐다.
전임 김 대표도 새로운 HK저축은행의 미래를 위해 구조조정을 실시, 임원진을 교체하고 승진에서 탈락한 일부 고참 부장급 등을 정리했다.
이번 MBK와 현대캐피탈이 HK저축은행을 인수함에 따라 후속 구조조정이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현대캐피탈은 인력 투입 및 대략적인 밑그림을 그려놨지만, 아직 HK저축은행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까지는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10일 인력을 투입한 후 구체적으로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아직 HK저축은행에 대해 정확한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주금납입 이후 인력이 투입해 상황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영업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HK저축은행의 영업정상화는 금년을 넘길 수도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