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비밀의 조건… 국회 vs 피감기관

입력 2014-10-2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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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주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의원실 비서관

국정감사 막바지다. 각 의원실은 체력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다.

하지만 체력보다 힘든 게 제대로 된 자료받기다. 피감기관이 제대로 된 자료를 주면 의원실은 이를 분석해 적절한 정책질의가 가능하게 가공할 수 있다. 의원실에서 가장 맥 빠질 때가 공들여 자료요구를 해도 ‘비밀유지’ 관련 각종 근거사유가 달려 한 쪽짜리 답변서가 올 때다. 대부분은 국회법에도 안 맞는 엉터리 사유다.

주로 권력기관이 그렇다. 검찰, 국세청, 감사원 등이 자료제출에 인색하다. 더 큰 문제는 점점 타 기관들이 이들을 흉내낸다는 것. (한국인이 좋아하는) 법대로 하자면 사생활 침해가 아니고 수사에 영향을 미칠 목적의 요구가 아니면 검찰 자료도 모두 제출되어야 하고, 특정 개별과세정보만 아니면 국세청 자료도 모두 나와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제출 거부 핑계도 늘고 있다. 각종 개인정보 운운, 비밀유지조항, 영업비밀, 국가안보 등 무슨 무슨 비밀에 해당된다는 핑계가 그리 많은지. 국회 자료요구권은 헌법, 국회법, 국감법, 증감법 등을 근거로 하고 이를 거부하면 3년이하 징역, 1천만원이하 벌금형의 처벌까지 가능하다. 그런데 처벌한 사례가 없다. 그러니 피감 공무원들은 국감시즌만 버티고 넘어가려 한다. 이쯤 되면 국회가 자료제출을 강제하는 강한 방법을 쓸 때가 됐다.

각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으로서 국민을 대표해 행정부를 감사하는 것이다. 의원 개인 입장에서 궁금해서 자료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 가끔 어느 기관은 감사원에 제출한 서류를 국회엔 내지 않는다. 어불성설이다. 감사원도 바로 국감 피감기관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헌법 체계상으로 행정부 일개 기관에 불과한 감사원엔 제출하고 국회는 무시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감사원에 안 냈다간 바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공무원분들에게 부탁드린다. 기관 자료 ‘비밀의 조건’에 대해 다시 한번 법적 검토를 해주기 바란다. 아울러 국회 구성원들도 ‘공무원’이고, 국감 협조는 대국민 서비스라는 것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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