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들의 방만한 경영이 도를 넘은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해 10월부터 두 달간 한국은행 등 국내 12개 금융공기업을 대상으로 ‘경영혁신 추진실태’ 를 감사한 결과 급여와 후생복지에서 과도한 지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금융지주 회장 연봉 12억6천만원, 재벌회장 안부러워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따르면 산업ㆍ기업ㆍ수출입은행 3개 국책은행 기관장 평균 보수는 6억3600만 원으로, 13개 정부투자기관의 기관장 평균 보수인 1억5700만원보다 4배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봉은 무려 12억6000만 원에 달해 납세자들을 허탈케 했다.
임원 뿐 아니라 직원들도 '황금직장'의 특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국책은행 직원 1인당 인건비는 연7717만원으로 이는 일반 시중은행보다 12.8%나 많은 급여수준. 특히 한국은행의 경우 직원 1인당 평균급여는 연 8218만원으로 시중은행 평균보다 20.1%가 높았다. 반면 이들의 영업이익은 1인당 시중은행의 78%에 불과한 상황이다.
각종 복지후생제도도 현란하다. 국책은행은 직원들의 개인연금을 봉급에 포함시키거나 임차 사택제도를 편법으로 운용해 주거비를 봉급으로 돌려주고 있었으며, 산업은행 등 8개 기관은 개인연금저축 불입액을 기본급에 편입시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1420억원을 편법 지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한국은행 등 4개 기관은 청원경찰, 운전기사를 자체 직원으로 채용해 연간 135억 원의 인건비를 과다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4개 기관의 청원경찰(218명)의 평균 임금은 연6300만원이며, 운전기사88명의 평균 임금은 6700만 원이다. 이는 시설경비와 운전업무를 아웃소싱한 금융감독원,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의 청원경찰과 운전기사 평균 임금에 비해 2~3배를 지급한 셈. 특히 이들 청원경찰과 운전기사 중 최고 연봉은 9100만원으로 조사돼 억대 연봉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구실 못하는 국책은행, 시중은행과 다를 것 없어
이같은 고액연봉과 천혜의 후생복지에도 불구, 국책은행들은 본연의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산업은행은 산업자금 공급이란 설립목적과 달리 운영자금 대출에 치중하고 있었다. 지난 97년 말 39조원이던 시설자금 대출은 2004년 21조원으로 줄어든 반면, 소모성이라고 할 수 있는 운영자금 대출은 7조7000억원에서 9조4000억원으로 22.1%나 증가했다.
또한 설립목적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대우증권 등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97년 증권사 고유영역이었던 회사채 인수·투자업무를 인정받아 지난 해 8월 현재 전체 회사채 시장의 41%를 차지하는 등 민간 금융업의 발전을 해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사내복지기금 1인당 출연액은 5261만원으로 시중은행의 5.6배, 다른 국책은행의 3배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은 주요업무라 할 수 잇는 외환보유액 관리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적정 외환보유액에 대한 일관된 기준 설정없이 외환규모 증가에 맞춰 산정기준을 짜맞춰 왔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 한은은 국제통화기금 기준에 따라 적정 외환보유액을 계산해오다 2004년 비거주자의 외화예금 유출예상액과 금융기관 해외지점 자금 조달액을 추가했고, 이듬해에는 민간기업 등이 지급해야 하는 3개월분 경상지급액과 금융기관의 외화예금 지급 부족액을 더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기업은행도 본연의 설립목적인 중소기업 대출은 연간 목표액에 미치지 못했지만 가계를 대상으로 한 일반대출은 목표를 초과달성하는 '변태영업'을 했다. 특히 중소기업 여신을 취급한 후 예금을 수취해 중소기업에 부담을 초래하는 구태도 적발됐다. 2004년 9월부터 2005년 8월까지 취급한 대출 4680억원을 확인한 결과 대출금 12% 상당액을 정기예금으로 수취한 후 담보로 취득한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