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수요 감소 시 사업성 악화 우려…정치권서 선지급 보류 요구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한미 원전 협력 사업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민주당이 AI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 내 대형 원전 건설 사업의 수익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한국이 원전 핵심 기자재 확보를 위해 최대 100억달러를 먼저 지급하는 방안을 두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에 포함된 100억달러 규모의 선급금은 원전 건설에 필요한 핵심 설비를 조기에 발주하기 위한 자금이다.
원전은 주요 기자재를 제작하고 공급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원자로 용기는 54개월, 증기발생기는 57개월, 원자로 냉각재 펌프·모터는 65개월의 조달 기간이 필요하다. 이에 장주기 품목(Long Lead Items)을 미리 주문하지 않으면 원전 전체 건설 일정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이번 논란의 배경에는 미국의 정치 지형 변화가 있다.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면서 대규모 전력 소비시설인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현재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 공급 부담과 전기요금 상승, 물 부족 문제 등을 놓고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러한 우려를 반영해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규제 강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
문제는 한국이 참여하는 미국 원전 건설 사업이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수요를 주요 기반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센터 신규 투자가 위축되면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판매할 수요처 확보가 어려워지고, 이는 장기적인 사업 수익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앞서 한국과 미국은 올해 10월 1일 미국에 대형 원전 8기를 건설하는 내용의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에 합의했다. 해당 사업에는 전체 2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기금 가운데 1200억달러가 배정됐다.
사업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원전 2기를 먼저 착공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이후 6개월 안에 한국형 APR1400 원전 2기와 AP1000 원전 2기의 건설 계약을 추진하고, AP1000 원전 2기를 추가로 건설하는 구상이다.
AP1000은 1.1GW급, APR1400은 1.4GW급 원전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사업 발표 당시 오하이오와 테네시, 사우스캐롤라이나, 켄터키주 등을 원전 건설 대상 지역으로 언급했다.
이 가운데 오하이오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서 향후 사업 추진 여건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와 전력 수급 정책이 맞물리면 원전 투자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는 사업 환경이 달라진 만큼 대규모 자금 집행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5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미국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면서 원전 투자 여건에 변화가 예상된다"며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에 따른 100억달러 규모의 선지급을 보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원전과 데이터센터가 함께 들어서면 오히려 지역사회의 우려를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충분한 발전시설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데이터센터만 늘어나는 것이 주민 반발의 핵심이라는 판단이다. 이에 정부는 미국 측이 원전 건설 후보지를 최종적으로 제시하면 전력 공급 여건과 구매 수요 등을 검토해 사업 추진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