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GA 관리실태 경영평가에 반영

보험설계사의 설명을 믿고 가입한 보험상품이 실제 계약 내용과 달라 손해가 발생했다면 보험사에도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정답은 '그렇다'다.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를 통해 상품에 가입했더라도 보험사 책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다만 모집 과정에서의 위법행위와 보험사 관리·감독 여부 등 세부 내용에 따라 판단은 달라진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상품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보험사와 판매대리·중개업자 등의 배상책임을 따질 수 있다. 만약 보험사 직속이 아닌 GA 설계사를 통해 상품에 가입했더라도 보험사가 책임에서 온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현행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융소비자보호법, 금소법) 제44조에 따르면 금융상품판매업자 등이 고의 또는 과실로 법을 위반해 소비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배상책임을 지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특히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다면 판매업자 등이 고의와 과실이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책임을 면할 수 있다.
보험 모집 과정에서 보장 범위나 보험금 지급 조건 등 중요사항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면 설명의무 위반이 쟁점이 된다. 다만 설계사 설명과 소비자의 이해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배상책임이 즉각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설명 내용과 계약 조건, 손해 발생 여부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GA 소속 설계사의 모집행위로 손해가 발생했더라도 역시 보험사 책임을 따져볼 수 있다. 금소법 제45조는 금융상품직접판매업자가 판매대리·중개업자의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소비자 손해에 대해 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GA 소속 설계사 행위에 대한 보험사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례도 있다. 지난해 9월 대법원은 GA 소속 설계사가 존재하지 않는 금융상품에 가입하도록 권유하고 보험료 명목의 돈을 받은 사건에서 보험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허위상품 판매행위가 외형상 보험사의 판매대리·중개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소비자가 이를 정상적인 모집행위가 아님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에서 설계사는 보험사의 과거 상호와 로고가 사용된 서류 등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보험사가 설계사 선임과 업무 감독에 적절한 주의를 기울이거나 손해 방지를 위해 노력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보험사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다만 보험사에 모든 손해의 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금소법 제45조는 보험사가 판매대리·중개업자 등의 선임과 업무 감독에 적절한 주의를 기울이고 손해 방지를 위해 노력한 경우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하는 면책 조항도 마련해뒀다.
금융당국은 최근 보험사의 GA 판매위탁 관리책임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4일 보험사 경영실태평가에 '법인보험대리점 운영위험 관리의 적정성' 항목을 신설하는 내용의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는 보험사가 GA 판매위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적절히 관리하는지 평가해 GA 채널 영업 확대와 과당경쟁에 따른 소비자 피해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이번 개정안은 내년 초부터 적용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 가이드라인 만으로는 보험사의 GA 관리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GA 운영위험 관리가 공식 평가항목에 포함되면 과당경쟁이나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