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투자” vs “총선용 사금고”…162조 기금 놓고 여야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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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숙 국무총리가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위한 종합정책질의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시작되면서 162조원 규모 미래대응기금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본격화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기금을 미래 투자와 세수 변동에 대비할 재정 안전장치로 내세웠지만, 국민의힘은 여유자금까지 합치면 실제 예산이 925조원에 이른다며 “기형적 규모”라고 비판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4일 2027년도 예산안 종합정책질의를 진행했다. 정부안 총지출은 올해보다 12.8% 늘어난 820조9000억원이다. 정부는 추가 세수 162조3000억원 가운데 45조4000억원을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분야에 투자하고, 104조4000억원은 세수 부족에 대비한 여유자금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국채 신규 발행 물량을 12조5000억원 줄이는 데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가 국가채무를 106조원 늘리면서 기금에 104조4000억원을 쌓아두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국민 명의로 빚을 내서 이재명 대통령의 162조원짜리 총선용 사금고를 만드는 것”이라며 “미래 세대에게 과도한 국가부채를 물려주는 경제적 학대, 재정적 아동학대”라고 했다. 이어 “재정의 큰 원칙은 호황일 때는 빚을 갚고 불황일 때 돈을 쓰라는 것”이라며 기금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따졌다.

나 의원은 매년 약 21조원씩 지출해야 하는 사업이 기금에 포함돼 있다며 추가 세수가 끊기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물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초과 세수의 규모가 대규모로 발생하는 것은 정말 역사 이래 없는 일”이라며 세수 변동에 대비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향후 세수와 기금의 존속 기간을 미리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답했다.

국민의힘 예결위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식 총지출에 포함되지 않은 기금 여유자금 104조4000억원을 더하면 내년도 실제 예산은 925조3000억원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본예산보다 197조원, 27.1% 늘어난 규모라는 계산이다. 이들은 이를 “헌정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형적 규모”라고 비판하고, 문제 사업을 담은 “구제불능 예산안”이라고 했다.

지방 재원 배분도 쟁점으로 제기됐다.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가 지방교부세로 배분될 30조5000억원을 기금 수입으로 돌렸지만, 기금의 지방계정 지출은 15조3000억원에 그친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15조2000억원의 사용처를 따져야 한다며 지방교부세 30조5000억원을 원상 복구하라고 요구했다. 윤 의원은 기금의 지방계정에서 광주·전남 통합 지원에 3조5000억원이 배정돼 다른 지역이 역차별을 받는다고도 주장했다.

기금 운용의 국회 통제 범위도 공방 대상이다. 나 의원은 정부안이 주요 항목 지출액의 자체 변경 한도를 사업성 기금의 기존 20%보다 높은 30%로 두려 한다며 “예산총계주의의 원칙을 깨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안은 변경 폭이 30% 이내일 경우 국회에 기금운용계획 변경안을 제출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내용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기금도 국회의 심의와 통제를 받는다고 밝혔다. 자체 변경이 허용되더라도 국회 심의에서 삭감된 사업을 정부가 임의로 되살리거나 새로운 주요 사업을 만들 수 없다는 설명이다. 초과 세수를 기금에 적립할 때도 국회에 즉시 보고하도록 했다고 했다.

민주당은 세수 변동에 대비할 재정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맞섰다. 안도걸 의원은 세수가 늘 때 지출을 키우고 줄 때 다시 삭감하는 단년도 예산 운용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건태 의원은 과거 세수 결손으로 예산 집행에 차질이 생기고 지방교부세와 교육교부금이 감액된 사례를 들며 “세수가 많이 걷힐 때마다 지출을 늘리고, 세수가 줄어들면 다시 지출을 축소하는 방식으로는 안정적인 재정 운용이 어렵다”고 했다.

예결위는 5일까지 종합정책질의를 마친 뒤 9~12일 부처별 심사를 진행한다. 예산안조정소위는 16일부터 가동되며 법정 처리 시한은 12월 2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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