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청회선 "빚내서 적립" vs "미래 투자 골든타임"
시도지사협 "교부세 30조 감소…산정 유지해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재경위)가 2027년도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 심사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재경위원들은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자는 의견을 당 지도부에 건의하기로 했고, 여야는 162조원 규모 미래대응기금을 두고 공청회에서 공방을 벌였다.
재경위 여당 간사인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3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대응기금 당정협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내년에 바로 과세하기보다는 정책 환경 변화를 고려하고 준비할 것들을 점검한 뒤 시행하는 것으로 재경위가 당 지도부에 의견을 건의하기로 정리했다"고 밝혔다.
오 의원은 유예 기간에 대해 "대부분 의견이 2년 정도를 얘기하는 것 같다"며 "당 지도부가 점검하고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논의한 뒤 다음 주나 다다음 주 논의 때 제도에 직접 반영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추가 당정협의 여부에 대해서는 "별도의 실무적 시스템 점검 사안이라 필요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유예 근거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도하는 가상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에 따른 각국 과세정보 교환이 2029년부터 본격화된다는 점, 이르면 내년 상반기 제도화 가능성이 거론되는 디지털자산기본법에 맞춰 과세 체계를 정비할 필요성, 거래소 준비 상황과 해킹 등 안전성 점검이 꼽혔다. 가상자산 과세는 2020년 12월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된 뒤 세 차례 미뤄졌고, 유예로 확정되면 이달 가동된 재경위 조세소위원회의 소득세법 개정안 논의에 반영된다.
여야는 '미래대응기금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 공청회에서 '빚내서 적립'과 '미래 투자'로 맞섰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내년에 106조원의 국채를 발행해 그중 104조원을 적립하는 구조"라며 “4%대 조달금리로 빌린 돈을 3.85% 수익률로 굴리면 재정 편익이 나는 게 아니고 마이너스가 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민국 의원은 기금 적립액을 뺀 내국세로 지방교부세를 산정하면 약 31조원이 줄어든다며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사용하던 재원이 중앙정부가 용도를 정하는 목적성 재원으로 바뀐다"고 비판했다. 국회 의결 없이 기금운용계획의 30%를 바꿀 수 있도록 한 조항도 국회 재정통제권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지목됐다.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AI(인공지능) 대전환이 일어나는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며 "미래 대비 투자로 잠재성장률을 높이면 거기서 세수가 나온다"고 맞섰다.
진술인 사이에서도 기금 도입과 국채 우선 상환으로 의견이 엇갈렸다.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과 김현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재정연구본부장은 세수 호황기에 쌓고 감소기에 꺼내 쓰는 재정개혁 입법이라며 찬성했고,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금 빚을 갚고 필요할 때 국채를 발행하면 되는데 왜 기금을 쌓는지 정부가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지방재정 우려에 대해 "내년과 내후년 지방재정 이전 규모는 증가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지방과 교육계는 재원 조달 방식 수정을 요구했다. 유민봉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은 기금 신설로 내년 지방교부세가 30조5000억원 줄고 지방비 부담까지 겹쳐 실제 가용 재원은 62조9000억원 수준이 된다며 "기금 전출액을 교부세 산정 기준인 내국세에서 먼저 제외하지 말아 달라"고 건의했다. 정근식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 회장은 정부안(78조9000억원)으로는 교육 현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내년 필요 교부금을 88조4000억원으로 제시했다. 그는 "정부안대로면 약 7조4000억원의 사업을 편성하지 못한다"며 교부금 증감 폭이 5%를 넘으면 초과분을 국가와 교육청이 나누는 완충장치를 제안했다.
재경위 야당 간사인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공청회 의견 반영을 요구하며 "이 부분이 정리될 때까지 예결소위에서 미래대응기금 논의는 멈추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조승래 재경위원장은 "오늘 나온 의견을 소위 자료로 정리해 법안·예산 심사 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