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낙찰률 21.8%…낙찰가율은 100.1%
2022년엔 집값 동반 하락…올해는 상승세 유지
전문가 "경매 물량만으로 판단 어려워"

경매 물건 증가만으로 집값 하락을 예단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경매 물건이 늘어난 2022년에는 집값이 떨어졌지만 2024년에는 경매 물건 급증에도 집값이 올랐다. 올해도 경매 물건이 두 달 연속 늘었지만 집값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4일 본지가 지지옥션에서 받은 서울 아파트 경매 통계를 분석한 결과 경매 진행 건수는 올해 8월 159건에서 9월 201건, 10월 261건으로 증가했다. 전월 대비 증가율은 각각 26.4%, 29.9%다. 10월 진행 건수는 올해 들어 가장 많았다.
반면 낙찰 건수는 9월 71건에서 10월 57건으로 줄었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를 뜻하는 낙찰률은 같은 기간 35.3%에서 21.8%로 떨어졌다. 경매 물건은 늘었지만, 주인을 찾은 비율은 낮아진 것이다.
경매 물건이 증가하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값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해 8월 1.14%, 9월 1.13%, 10월 0.61%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주택 가격을 예측하려면 거래량과 매물의 증감, 선도 지역의 거래가격 추이, 주택 공급 흐름, 금리와 경기의 향방, 해외부동산 흐름, 담보대출 연체율 추이, 경매 물건의 증감과 낙찰률 등 객관적 자료를 잘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매 물건 증가와 집값 하락이 함께 나타난 대표적인 시기는 2022년이다. 당시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9월 67건에서 10월 107건, 11월 162건으로 두 달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낙찰가율은 89.7%에서 88.6%, 83.6%로 떨어졌다. 경매 물건이 늘어나는 동시에 감정가 대비 낙찰가격도 낮아진 것이다.
일반 매매시장에서도 하락폭이 커졌다. KB부동산에 따르면 2022년 9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0.19% 떨어졌다. 10월에는 0.67%, 11월에는 1.42% 하락하며 낙폭이 확대됐다. 경매 물건 증가와 낙찰가율 하락, 집값 하락이 같은 시기에 진행됐다.
2022년 집값 하락에 앞서 2021년 말부터 경매 수요지표가 약해지는 모습도 나타났다. 그해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10월 119.9%에서 11월 107.9%, 12월 103.3%로 낮아졌다. 낙찰률도 같은 기간 67.7%에서 62.2%, 46.9%로 떨어졌다. 반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0월 1.05%, 11월 1.06%, 12월 0.46% 상승했다. 경매 낙찰가율과 낙찰률이 하락하는 동안에도 집값은 오르다가 연말 들어 상승폭이 줄어든 것이다.
반대로 경매 물건이 급증하는데도 집값이 상승한 시기도 있었다. 2024년이 대표적이다. 2024년 8월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296건으로 전월(276건)보다 7.2% 늘었다. 같은 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89% 올라 7월 상승률(0.56%)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그해 10월에도 경매 진행 건수는 380건으로 전월(169건)보다 124.9% 급증했다. 낙찰률은 45.6%에서 41.3%로 떨어졌지만, 낙찰가율은 94.3%에서 97.0%로 높아졌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역시 0.50% 상승했다. 경매 물건이 두 배 이상 늘었는데도 집값은 오히려 오른 것이다.
올해도 경매 물건 증가와 낙찰가격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10월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100.1%로 전월(94.7%)보다 5.4%포인트(p) 높아졌다. 평균 응찰자 수도 8월 5.15명에서 9월 5.41명, 10월 5.46명으로 소폭 늘었다. 낙찰률은 떨어졌지만 낙찰된 물건의 평균 가격은 감정가를 웃돌고 있는 셈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경매 물건이 늘어난다는 것은 부동산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로 볼 수 있고, 금리 등의 영향도 받는다"며 "2022년에는 경매 물건이 급증하면서 낙찰가율도 크게 떨어졌지만, 지금은 물건이 늘어나는 데 비해 낙찰가격은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차이는 지역별 수요와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2021년에는 서울 전반에서 집값이 상승하고 2022년에는 하락했지만, 현재는 지역에 따라 가격 흐름이 엇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지난해 말까지는 강남구가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을 끌어올렸지만, 지금은 중저가 아파트가 낙찰가율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며 "전셋값이 오르면서 실수요자들이 중저가 아파트 매입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병권·김병국·김천규 연구진의 '주택 경매시장과 매매시장 간 상호관계'(2023년) 논문을 보면 경매 건수 감소와 낙찰률 상승은 같은 해 주택 매매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년도 경매 건수와 낙찰률, 낙찰가율이 이후 매매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이에 연구진들은 "경매시장이 매매시장을 선행한다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두 시장은 상호 간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추론해 볼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결국, 경매 물건 증가만으로 현재 서울 주택시장이 2022년과 같은 전반적인 하락 국면에 진입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강남권 일부 지역에서 가격 조정이 나타나고 있지만,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수 수요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언젠가는 가격 조정이 나타날 수 있겠지만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강남권의 하락세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며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실수요가 이어지고 있어 당장 이러한 흐름을 꺾을 만한 특별한 변수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