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84B 증가하면 타우 방출ㆍ주변 세포 전달 늘어
국내 65세 이상 치매환자 87만명⋯연간 관리비 22조9000억원

치매와 관련된 타우 단백질이 주변 뇌세포로 퍼지는 과정에 관여하는 새로운 단백질이 확인됐다. 국내 연구진은 신경염증에 반응해 증가하는 단백질 ‘FAM84B’가 타우 단백질을 세포 밖으로 내보내고 주변 세포로 전달하는 과정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치매가 진행되는 원리를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알츠하이머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과 관련된 타우 단백질의 세포 간 이동을 촉진하는 단백질 FAM84B의 역할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타우 단백질은 신경세포의 구조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비정상적으로 변형돼 뇌에 쌓이면 신경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다. 특히 비정상적인 타우 단백질이 주변 신경세포로 퍼지는 현상은 질병 진행과 관련이 있지만, 어떤 물질과 과정이 이를 촉진하는지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 환자 등의 사후 뇌조직과 환자 유래 줄기세포로 만든 신경세포를 분석했다. 그 결과 알츠하이머병과 진행성핵상마비(PSP), 일차성 연령관련 타우병증(PART) 환자의 뇌조직에서 FAM84B가 더 많이 발현된 것으로 나타났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서 얻은 신경세포에서도 같은 현상이 확인됐다.
세포실험에서는 FAM84B가 타우 단백질의 이동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FAM84B의 발현을 늘리자 신경세포 밖으로 나오는 타우 단백질이 증가했고, 이를 전달받는 주변 세포도 늘었다. FAM84B가 타우 단백질의 세포 간 이동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진은 신경염증도 이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밝혀냈다.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인 인터루킨-6(IL-6)와 종양괴사인자 알파(TNF-α)로 신경세포를 자극하자 FAM84B 발현과 타우 단백질의 세포 간 이동이 함께 증가했다.
이 과정에는 리아노딘 수용체(RYR3)와 관련된 세포 내 칼슘 신호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주변 세포가 방출된 타우 단백질을 받아들이는 과정에는 클라트린(clathrin)이라는 단백질과 관련된 세포 내 유입 경로도 일부 관여했다.
특히 리아노딘 수용체를 억제하는 약물인 단트롤렌을 투여하자 염증 자극으로 증가한 칼슘 신호와 타우 단백질의 세포 간 이동이 줄었다. FAM84B와 연결된 세포 내 신호 경로를 조절하면 타우 단백질의 확산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번 연구는 신경염증과 타우 단백질의 세포 간 이동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FAM84B의 역할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이번 결과는 환자 뇌조직 분석과 세포실험을 통해 확인한 것이다. FAM84B가 실제 질병 진행이나 신경세포 손상, 인지기능 저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동물실험 등 후속 연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새로운 치료 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도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연구 결과는 신경염증 분야 국제학술지 신경염증저널(Journal of Neuroinflammation)에 10월 2일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신경염증 신호에 반응한 세포외 타우 방출을 통한 FAM84B의 세포 간 타우 전달 촉진’이다.
국내 치매 환자와 관리비용도 늘어나는 추세다. 중앙치매센터의 ‘대한민국 치매현황 2024’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약 87만명으로, 노인인구의 9.2%를 차지했다. 같은 해 치매 사망자는 1만4251명으로 집계됐다.
치매 환자 1명당 연간 관리비용은 약 2639만원으로 추정됐다. 이 가운데 직접 의료비가 1115만원으로 42.3%를 차지했고, 노인장기요양비도 1104만원으로 41.8%에 달했다. 국가 전체 치매 관리비용은 22조9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0.95% 수준이었다.
조철만 국립보건연구원 연구관은 “이번 연구는 신경염증이 타우 단백질의 이동에 영향을 주는 과정에서 FAM84B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힌 성과”라며 “후속 연구를 통해 이 경로가 실제 질환 진행에 미치는 영향과 치료 표적으로서의 가능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원호 국립보건연구원 만성질환융복합연구부장은 “치매를 극복하려면 질환의 발생과 진행에 관여하는 생물학적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체 유래 자원과 줄기세포를 활용한 연구를 연계해 신경퇴행성 질환의 발생 원리를 밝히고 과학적 근거를 축적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