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관투자자만을 대상으로 한 공모주 수요예측에서 '1000대 1의 높은 경쟁률'은 기업공개(IPO) 흥행의 보증수표로 통한다. 하지만 기관투자자들은 높은 입찰 경쟁률에도 공모주를 장기간 보유하겠다는 확약을 하지 않거나 최소한의 기간 동안만 팔지 않기로 확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투자자들이 공모주에 투자할 때 기관 경쟁률보다 기관투자자의 확약 비율과 기간으로 판단하는 게 더 나은 투자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 공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20~23일 일반청약을 진행한 코스닥 일반기업 6곳의 기관 경쟁률은 240.46~1234.30대 1 로 상당히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하지만 신청 주식 수 기준 확약 신청률은 약 0.002~29.52%에 불과했다. 확약 신청률은 기관이 수요예측에서 신청한 주식 중 일정 기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한 물량의 비율이다.
최근 코스닥에 상장한 조선·플랜트 기자재 모듈 기업 영광은 1000.07대 1의 경쟁률를 기록했다. 공모가도 희망범위 상단인 1만7000원으로 상장에 골인했다. 하지만 당시 기관투자자의 확약 신청률은 0.87%에 그쳤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부품사인 이에스티도 경쟁률 630.10대 1로 희망가 상단인 1만2400원으로 공모가를 정했으나 확약 신청률은 0.24%에 불과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기관 경쟁률은 높은데 확약률이 낮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공모주가 장기 보유하기 어려울 정도로 공모가가 높았거나 장기 보유에 따른 리스크가 크다는 점을 점을 방증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티앤이코리아는 기관 경쟁률 1041.02대 1에 확약 신청률 29.52%를 기록했다. 일반청약 경쟁률은 1253.39대 1, 증거금은 약 5조7500억원이었다. 인텔리빅스는 기관 경쟁률이 1234.30대 1로 더 높았지만 확약 신청률은 6.14%였다. 일반청약 경쟁률은 오히려 1410.88대 1로 티앤이코리아를 웃돌았다. 기관 경쟁률이 1000대 1 수준으로 비슷했던 영광과 티앤이코리아의 확약 신청률은 약 34배 차이 났다.
공모가격을 둘러싼 평가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래블업은 수요예측 경쟁률이 284.53대 1이었지만 참여 1129건 중 553건(49.0%)이 희망범위 하단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 크리에이츠 역시 경쟁률 240.46대 1에 참여 831건 중 434건(52.2%)이 하단 미만을 써냈다. 경쟁률에는 희망범위 하단 미만의 신청도 포함돼 기관 경쟁률이 곧 희망 공모가격에 대한 지지를 의미하지는 않았다. 두 기업 모두 공모가를 희망범위 하단으로 확정했고, 일반청약 경쟁률도 각각 3.55대 1, 6.92대 1에 그쳤다.
상장 첫날 주가도 엇갈렸다. 지난달 30일 나란히 상장한 인텔리빅스는 공모가 대비 244.44% 오른 반면 크리에이츠는 37.60% 하락했다. 이날 코스닥지수가 3.83% 내린 가운데서도 두 종목의 수익률 격차는 컸다. 전날 상장한 티앤이코리아는 첫날 40.52% 상승했으나 이튿날에는 전일 대비 22.93% 떨어졌다. 강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상장 종목들의 초기 수익률과 수요예측 내용을 비교해보면 기업 별로 투자자들의 선별적 접근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높은 수요예측 경쟁률만을 잣대로 공모주 청약 참여를 결정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