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변경 부담도 시공사가?”⋯체코 원전 협상 결렬에 건설업계 ‘냉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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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대우건설, 공사비 이견에 협상 결렬
UAE 바라카 원전서도 공사비 분쟁 겪어
정부 비상체제 가동에도 후속 협상 난항 우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 관련 개요 (사진=AI 생성)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대우건설 컨소시엄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시공계약 협상이 결렬되면서 국내 건설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설계 변경과 공사 지연 등에 따른 위험을 시공사가 과도하게 부담하는 계약 구조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정부가 비상관리체제까지 가동하면서 사태 수습에 나섰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 진행해 온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시공계약 협상을 종료하고 신규 시공사 선정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체코 원전은 1000WM급 한국형 원자로 APR1000 2기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총 사업비는 약 25조~27조원 규모다.

사업에는 한수원이 주계약자로 한국전력기술(종합설계), 두산에너빌리티(주기기 공급 및 시공), 대우건설(시공 주간사), 한전원자력연료, 한전KPS 등이 '팀코리아'로 참여해 왔다. 팀코리아는 2024년 7월 체코 신규 원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지난해 7월부터 약 15개월간 100여 차례에 걸쳐 주설비공사 시공계약 협상을 진행했지만 공사비와 계약조건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핵심 쟁점은 시공사 책임 범위와 공사비 정산 방식이다. 한수원은 공사비를 사전에 확정하는 총액확정계약 방식을 요구했지만 대우건설 측은 실제 공사 물량 변동에 따라 비용을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APR1400과 달리 APR1000은 상용 건설 경험이 축적되지 않아 공사 물량과 비용을 사전에 산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우건설은 한수원이 협상 막바지에 변경된 계약조건을 제시하면서도 충분한 검토 시간을 보장하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29일 입장문을 통해 한수원이 10월 초 변경된 계약안을 제시한 뒤 연말까지 협상 기한을 연장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반면 한수원은 시공사 측이 당초 총액확정계약 방식에 동의했다가 이후 공사 물량의 사후 정산을 요구하면서 입장을 변경했다고 반박했다. 특히 예상되는 물량 증가분을 계약금액에 미리 반영하고 물량 변동 가능성이 큰 토목공사 상당 부분에 실적정산을 허용하는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한국의 첫 해외 원전 수출 사례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은 한정된 예산과 공사 기간 내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했던 만큼 총액확정계약 방식을 선택한 측면이 있었다”며 “반면 체코 원전은 상용 건설 경험이 없는 APR1000 노형을 적용하는 데다 사업비 규모도 막대해 설계 변경이나 공사 물량 증가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와 동일한 계약 방식을 적용해 모든 위험을 시공사에 부담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원자력학과 교수는 “팀코리아 구성을 보면 한국전력기술이 종합설계를 맡고 대우건설은 시공을 담당하는 구조”라며 “설계에 관여하지 않은 시공사에 설계 오류로 인한 공사 물량 증가와 공기 지연에 따른 부담까지 떠넘기는 것은 불합리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대형 원전사업을 둘러싼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UAE 바라카 원전사업에서도 설계 변경에 따른 추가 공사비 약 1조원을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한 바 있다. 이와 별개로 한수원은 2021년 현대건설 등 3개사를 상대로 약 33억7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해외 원전사업의 계약조건을 둘러싼 갈등이 재차 불거진 가운데 정부는 체코 원전사업의 차질을 막기 위해 비상관리체제를 가동했다. 산업통상부는 2일 김정관 장관과 박동일 차관이 주재하는 점검회의를 매주 교차 개최하고 체코 원전사업의 주요 현안을 직접 관리하기로 했다.

다만 신규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도 계약조건을 둘러싼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한수원은 2027년 7월까지 경쟁입찰을 통해 신규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지만 기존 컨소시엄과 합의하지 못한 공사비 정산 방식과 위험 분담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후속 협상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APR1000 노형의 첫 상용 건설사업이라는 특성상 설계 변경과 공사 물량 증가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은 새로운 시공사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공사 교체에 따른 사업 일정 관리뿐 아니라 합리적인 계약조건 마련이 과제로 떠오르는 이유다.

이처럼 한수원 중심의 원전 수출사업에서 계약조건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면서 국내 건설업계에서는 미국 원전기업과의 직접 협력 등 해외 원전사업 진출 경로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한수원을 중심으로 한 '팀코리아' 방식이 해외 원전사업 진출의 주요 경로였다면 최근에는 미국 원전기업과 직접 협력하는 등 사업 참여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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