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3500억원 투자…日 소부장 기술력과 삼성 반도체 역량 결합
HBM·GPU 통합하는 패키징 경쟁력 강화…차세대 AI 반도체 주도권 확보

삼성전자가 창립 57주년을 맞은 1일 이재용 회장은 일본 반도체 연구현장을 찾았다. 창립기념일에도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한 현장 경영에 나선 것이다. 일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의 기술력과 삼성전자의 반도체 설계·제조 역량을 결합해 차세대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이 이날 일본 요코하마에 위치한 첨단 반도체 패키징 연구거점 '어드밴스트 패키지 랩(APL)'을 방문해 차세대 기술 개발 현황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APL은 9월 공식 개소한 삼성전자의 일본 내 연구시설이다. 이 회장은 개소 약 두 달 만에 현장을 찾아 첨단 패키지 소재·공정 기술 개발 현황을 살펴보고 현지 소부장 업계와의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현장 경영은 AI 반도체 시장의 경쟁 구도가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반도체 성능 경쟁이 개별 칩의 연산 속도와 메모리 용량을 넘어 여러 반도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하고 통합하느냐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를 모두 생산하는 삼성전자에는 첨단 패키징 경쟁력 확보가 사업 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3년 요코하마에 APL을 설립한 데 이어 2024년부터 5년간 400억엔(약 3500억원)을 투자해 연구개발(R&D)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앞으로 현지 연구인력을 늘려 요코하마를 차세대 패키징 기술 개발을 위한 글로벌 R&D 거점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APL의 핵심 역할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설계·제조 기술과 일본의 소부장 생태계를 연결하는 것이다. 일본은 반도체 소재와 정밀 장비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산업 기반을 활용해 핵심 소재·공정 기술을 확보하고 차세대 패키징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연구 범위도 확대한다. 반도체 칩이나 웨이퍼를 정밀하게 접합하는 웨이퍼 본딩부터 차세대 패키징 소재로 주목받는 유리기판까지 다양한 기술을 검토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저전력·고성능 AI 반도체 양산을 위한 새로운 패키징 구조 개발까지 역할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특히 유리기판은 기존 유기 소재 기반 패키징 기판의 한계를 보완할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미세 회로 구현과 대형 패키지 제작 등에 유리해 고성능 AI 반도체의 집적도를 높일 수 있다. 웨이퍼 본딩 역시 칩 간 연결 거리를 줄이고 데이터 전송 효율을 높이는 핵심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반도체연구소 산하 패키지 연구조직과 일본 APL의 연구 분야를 구분해 운영할 계획이다. 양국 연구조직의 전문성을 활용해 기술 개발 시너지를 높이는 한편 일본의 대학·연구기관 및 소부장 기업과도 협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첨단 패키징은 AI 반도체 시장의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AI 가속기 등 다양한 반도체를 하나의 패키지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전송 속도와 전력 효율, 발열 관리 능력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AI 모델의 규모가 커질수록 반도체 간 연결 기술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 회장이 창립기념일에 일본 연구시설을 직접 찾은 것도 미래 반도체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일본 APL을 중심으로 글로벌 소부장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아우르는 종합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