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삼성물산 절반 넘어
연말까지 수주전⋯순위 변동 주목

올해 도시정비사업 시장에서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실적이 역대급 수준으로 확대됐지만 업체별 성적은 크게 엇갈렸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나란히 10조원 이상의 일감을 확보한 반면 일부 건설사는 1조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서울 주요 정비사업장을 중심으로 수주가 집중되면서 10대 건설사 내부에서도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의 올해 10월까지 도시정비사업 누적 수주액은 총 46조2067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건설이 12조731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10조4686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두 회사의 합산 수주액은 전체의 50.2%를 차지했다. 현대건설은 2년 연속 10조원을 넘어섰으며 삼성물산은 처음으로 연간 수주액 10조원을 돌파했다.
이어 GS건설이 5조5477억원을 기록했고 포스코이앤씨(4조9829억원), 대우건설(4조3520억원), 롯데건설(4조110억원) 등이 4조원 이상의 일감을 확보했다. 반면 IPARK현대산업개발은 2조2148억원, DL이앤씨는 1조2868억원, SK에코플랜트는 6114억원에 그쳤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수주 실적이 전무하다.
수주 실적이 있는 건설사 가운데 현대건설과 SK에코플랜트의 격차는 약 20.8배에 달한다. 상위 3개사의 수주액도 전체의 62.2%를 차지했다. 소수 업체가 주요 사업장을 확보하면서 대형사 내부에서도 실적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이 같은 격차에는 서울 핵심 지역에서 잇따라 진행된 초대형 정비사업이 영향을 미쳤다. 압구정과 성수, 여의도, 목동 등에서 조 단위 사업장들이 시공사 선정에 나서면서 일부 대형 사업장의 수주 여부가 연간 실적을 좌우했다.
현대건설이 확보한 압구정3구역 재건축사업의 공사비는 5조5610억원으로 올해 회사 전체 도시정비 수주액의 43.7%에 해당한다. 삼성물산도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2조2685억원), 압구정4구역 재건축(2조1154억원), 성수3구역 재개발(1조8275억원) 등 대형 사업장을 잇따라 확보했다.
공사비와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건설사들이 사업성을 고려해 선별 수주에 나선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주택보다는 산업 인프라 등에 주력하면서 수주 실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업체별 주택사업 비중과 수주 전략이 다른 만큼 수주액만으로 경쟁력을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말까지 남은 대형 사업장의 시공사 선정 결과에 따라 중위권 순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상대적으로 수주 실적이 적었던 건설사들이 추가 일감을 확보하면서 격차를 좁힐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DL이앤씨는 이달 21일 성수2지구 재개발사업(2조137억원), 29일 하안주공9단지 재건축사업(9309억원)의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두고 있다. 두 사업장을 모두 확보하면 누적 수주액은 4조2314억원으로 늘어나 4조원대 중위권 건설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대우건설도 공사비 1조1119억원 규모의 목동8단지 재건축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최종 수주에 성공하면 누적 수주액은 5조4639억원으로 증가한다. 여의도 화랑아파트 재건축과 의정부 가능4구역 재개발 등에서도 수의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달 시공사 선정이 예정된 목동13단지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GS건설도 목동12단지 등에서 추가 수주를 노리고 있다. 연말까지 조 단위 사업장의 시공사 선정이 이어지는 만큼 건설사별 순위 경쟁도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추가 수주에 따른 순위 변동과 별개로 상위권 업체에 일감이 집중되는 현상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핵심 정비사업장에서는 조합원들이 자산가치 상승을 고려해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선호하고, 건설사들도 사업성이 높은 지역에 수주 역량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강남이나 한강변처럼 입지가 좋은 정비사업장은 조합의 협상력이 높고, 조합원들도 아파트 자산가치를 높일 수 있는 최상위 브랜드를 선호한다"며 "이 때문에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등 일부 건설사에 수주가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같은 건설사 안에서도 일반 브랜드와 하이엔드 브랜드에 따라 아파트 가치가 달라지는 만큼 브랜드 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앞으로 서울 핵심 지역의 수주 집중 현상이 심화하는 반면 지방에서는 시공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는 등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