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시공 갈등, 공사비 넘어 '설계 책임' 공방…대우건설 "위험 떠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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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을지로 사옥. (사진제공=대우건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시공계약 협상이 결렬된 배경에는 공사비뿐 아니라 설계 변경에 따른 비용과 책임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를 둘러싼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계약금액과 업무 범위 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했다는 입장이지만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시공 컨소시엄은 설계에 관여하지 않는 시공사에 과도한 책임을 떠넘기려 했다고 맞서고 있다.

29일 한수원의 체코 원전 시공계약 관련 질의응답 자료와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시공 컨소시엄의 반박 내용을 종합하면 양측은 공사비 산정 방식과 설계변경 책임, 계약 조건 등을 놓고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가장 큰 쟁점은 공사비와 설계변경에 따른 위험 부담이다. 한수원은 최초 입찰 단계에서 합의한 단가를 바탕으로 추가 공사 물량을 반영해 계약금액을 상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물량 변동도 기본설계 확정 시점에 반영하고 국내 전문기관을 통해 공사비의 적정성을 검증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공 컨소시엄은 한수원이 추가 업무에 따른 공사비를 충분히 인정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컨소시엄에 따르면 한수원이 반영한 추가 업무 비용은 시공사 측이 산정한 실제 견적금액의 40%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우건설은 "시공단의 최종입찰금액을 반영하지 않고 주계약을 체결했으며 추가 역무에 대한 증액도 실제 견적금액의 40%에 미치지 못한다"라며 “설계변경으로 늘어날 공사 물량까지 시공사가 부담하도록 한 계약 구조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계약 방식에 대한 입장도 엇갈렸다. 한수원은 국내 원전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서도 활용한 총액확정계약 방식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계약 형태라고 강조했다. 체코 원전의 다른 협력사들과도 같은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한 만큼 시공계약에만 별도 기준을 적용하면 추가 비용 부담이 한수원에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우건설은 체코 원전이 처음 상용화되는 APR1000 모델을 적용하는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기존 APR1400 모델과 달리 설계자료와 시공 경험이 충분하지 않아 향후 설계에 따른 공사 물량 변동이 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대우건설은 국제건설계약 표준인 FIDIC에서도 발주자가 설계를 담당하는 시공계약과 설계·조달·시공(EPC)을 모두 수행하는 계약의 위험 분담 방식을 구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수원이 설계를 담당하면서 시공사에 총액확정계약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설계 오류와 추가 업무에 대한 책임 소재도 갈등 요인으로 떠올랐다. 한수원은 EPC 주계약자로서 부담하는 의무 가운데 시공사가 수행해야 할 업무를 하도급계약에 반영하려 했을 뿐 부당한 책임을 전가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우건설은 한수원이 작성한 설계의 오류를 발견하지 못할 경우 시공사 책임으로 간주하는 조건을 제시했다고 반박했다. 다른 협력사의 과실에 대한 한수원 책임을 명시하지 않았고 한수원의 설계 오류로 재공사가 발생하더라도 추가 비용을 보상받지 못하는 조건이 포함됐다는 주장도 내놨다.

대우건설은 "시공사의 역무범위와 책임을 넘어서는 주계약 요건을 한수원이 일방적으로 시공단에 강요했다"며 설계책임이 없는 시공사에 설계 검토와 적정성에 대한 책임까지 부과하려 했다고 밝혔다.

협상 종료 시점을 두고도 양측의 주장은 충돌했다. 한수원은 지난해 6월 발주사와 본계약을 체결한 이후 약 15개월간 협상을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최고경영자 면담 2회, 실무회의 78회, 이견조정위원회 11회가 진행됐다.

반면 대우건설은 한수원이 이달 7일 새로운 계약 조건을 제시한 뒤 29일까지 최종 입장을 정하도록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계약금액과 책임 범위가 달라진 상황에서 3주가량의 검토 기간은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후속 일정을 고려했었다면 변경조건을 2~3개월 이전에 제시했어야 한다"며 "일방적으로 3주만의 기한을 제시하고 계약 조건 변경을 통보하는 것은 계약 협상의 신의성실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로운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도 갈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수원은 기존 컨소시엄과의 공동협력협약 종료 절차에 착수하고 경쟁입찰을 통해 내년 7월까지 새로운 시공사와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2018년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는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 현대건설·삼성물산 컨소시엄이 경쟁한 바 있다.

대우건설은 “한수원이 협상 과정에서 다른 시공사의 견적 사실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공사비 인하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시공사 교체에 따른 사업비 증가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가 상승과 국제적 요구조건 강화 등을 고려하면 새로운 시공사의 견적금액이 기존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한수원은 경쟁입찰을 통해 계약금액과 조건을 최적화하고 예정된 사업 일정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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