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까지 새 시공사 선정 '플랜B' 가동"

'팀코리아'가 총력전 끝에 따낸 26조원대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이 시공사 협상 결렬이라는 돌발 악재를 맞았다. 발주처인 한국수력원자력과 시공 컨소시엄(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이 '총액 확정' 계약 방식을 둘러싸고 1조원 이상의 시각차를 좁히지 못한 것이 원인이 됐다.
정부와 한수원은 기존 협약을 종료하고 내년 7월까지 경쟁 입찰을 통해 신규 시공사를 선정하는 '플랜B'를 즉각 가동하며 체코 발주처와의 신뢰 유지 및 본공사 적기 준공에 사활을 걸 방침이다.
이번 협상 결렬의 핵심 뇌관은 공사비 정산 방식과 신규 노형(APR1000)에 따른 리스크 분담 문제다.
한수원 측에 따르면 2022~2023년 입찰 준비 당시 체코 발주사가 요구한 '총액 확정 계약(물량 변동을 인정하지 않는 방식)'에 시공 컨소시엄도 동의했으나, 2024년 사업이 가시화되자 시공사 측이 일방적으로 '물량 정산 방식'으로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일경 한수원 부사장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지난 15개월간 협상하며 7일 시공사 부담을 줄인 조정안(계약금 10% 인상, 지하 매설물 실적 정산, 물량 산정 기준 시점을 2029년 11월 건축허가 시점으로 조정)을 제시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양측의 금액 격차가 한수원이 감당할 수 없는 1조원 이상의 규모였다"고 밝혔다.
반면 시공 컨소시엄 측은 "세계 최초 상용 노형 사업에서 단순 시공사에 설계 변경 리스크를 무한정 감내하라는 것은 민간기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준"이라며 팽팽히 맞섰다. 대우건설은 "추가 협상 기한 연장 없이 일방적으로 결렬을 발표했다"며 유감을 표명하고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다만 원자로설비 및 터빈발전기설비 공급계약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는 본사 공식 입장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협상 절차를 둘러싼 진실 공방도 뚜렷하다. 시공 컨소시엄은 "한수원이 이달 7일 새로운 조건을 기습 제시한 뒤 불과 3주 만에 수용을 압박하며 올해 12월 말까지의 기한 연장 요청을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 부사장은 "대우건설 측이 최종 마감일 아침에 가져온 제안은 한 달 전은 물론 3개월 전 이견조정위원회 때와 바뀐 것이 하나도 없었다"며 "총액 확정이라는 큰 그림을 수용하지 않은 제안서를 판단하는 데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가장 큰 우려였던 대외 신뢰도 타격과 사업 지연 가능성에 대해 정부와 한수원은 진화에 나섰다.
한수원은 이달 중 기존 컨소시엄과의 협약을 공식 종료하고, 내년 3~4월 입찰 공고를 거쳐 7월 이전에 국가계약법에 따른 경쟁 입찰로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공백기 동안 숙소 부지 조사나 사업 관리 등 초기 업무는 한수원이 직접 수행해 2037년 상업 운전 개시라는 전체 일정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오늘 협상 종료 선언은 두코바니 5·6호기의 '적기 준공'을 위한 한수원의 판단이며 정부도 이를 존중한다"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장관회의 계기로 방한한 체코 원전 특사와 오전에 직접 만나 상황과 후속 계획을 설명하는 등 체코 정부와의 신뢰 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렬이 향후 원전 수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원전 수출은 시공뿐 아니라 설계, 기자재, 핵연료 공급망이 통째로 진출하는 사업"이라며 "시공사 교체가 팀코리아 전체 수주 역량이나 향후 테믈린 3·4호기를 비롯한 추가 해외 수주에 치명타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기존 시공사가 다져놓은 현지 네트워크의 단절 가능성과 향후 법적 분쟁 소지 등이 남아 있어 정해진 예산과 공기 준수라는 K-원전의 신뢰도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