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2만명 분석 결과 접종 후 13종 암 발생 추세 변화 없어
아데노바이러스 벡터·mRNA 등 플랫폼 간 차이도 없어
“접종 후 1년 내 진단된 암, 접종 전부터 자라던 것”
“암 발생 위험 증가 단정 불가…장기 감시 이어가야”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암 발생 사이의 연관성을 단정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암 발생이 증가했다는 결과를 도출한 연구가 논란이 된 이후,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새로운 논문이 발표됐다.
29일 정재훈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한국과학기술미디어센터(SMCK) 브리핑에서 국제학술지 바이오마커 리서치(Biomarker Research)와 대한의학회 공식 국제학술지(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각각 실린 논문 2편을 소개하며 코로나19 백신이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고 추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바이오마커 리서치에 발표한 논문에서 정 교수 연구팀은 전국 1955~2004년생 3602만명을 대상으로 2011년 2월부터 2025년 9월까지 176개월 중 접종 후 50개월을 관찰했다. 암 발생은 산정특례가 등록된 기록으로 13개 암종 분류와 4개 부위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국내 1차 접종률이 50%를 넘어선 2021년 8월을 기준으로 그전 10년간의 암 발생 추세를 토대로 이후 발생률을 예측하고, 이를 실제 발생률과 비교했다. 분석 결과 2021년 8월부터 2025년 9월까지 50개월간 13개 암 분류 모두에서 발생 수준이나 증가 추세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화가 없었다.
대한의학회 학술지에 선공개한 논문에서는 백신 플랫폼에 따른 암 발생 위험을 분석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아데노바이러스 벡터 플랫폼) 접종자 119만명과 모더나, 화이자 등 mRNA 플랫폼이 적용된 백신 접종자 119만명을 약 3년 추적한 결과, 백신 플랫폼 간 차이도 관찰되지 않았다. 연령, 성별로 나눈 추가 하위 분석에서도 백신 접종과 암 발생 사이의 연관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정 교수는 “현재 확보된 근거만으로는 코로나19 백신이 암 발생과 관련이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라면서 “다만 백신 접종으로 인한 위험이 없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인 감시를 이어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무시하고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과도한 공포심을 조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국가가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고 암은 나이에 비례해 증가하는 질환이다”라며 “단순하게 건수만 놓고 보면 암 발생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이지만, 연령 변화를 고려하면 실제로 증가하는 추세변화는 나타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 연구팀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고자 이번 연구에 착수했다. 앞서 지난해 9월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연구팀은 바이오마커 리서치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자가 미접종자보다 접종 후 1년 이내 암으로 진단될 위험이 높다는 서신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은 서울 거주자 약 298만명의 접종 후 1년을 관찰한 것으로, 암 발생은 건강보험 청구 진단 코드로 확인했다.
해당 선행 연구는 정규 논문이 아닌 짧은 서신 형태로 게재된 것으로, 비교적 분석 범위가 좁고 기간이 짧다. 과학계와 의학계에서는 해당 연구에 대해 접종자와 비접종자 관찰 대상을 적합하게 선정하지 못했고,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암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정 교수는 선행 연구에 대해 “대개 논문을 내면 조회수가 1000회도 나오기 어려운데, 이 논문은 누적 조회수만 47만회에 달할 정도로 빠르게 확산했다”라며 “외신에 보도되고, 해외 학술지에도 게재되면서 오해와 우려가 커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암은 노출부터 진단까지 짧아도 수년이 걸리는데, 백혈병은 9~10개월, 고형암은 10년 이상이 잠복기로 거론된다”라며 “백신 접종 후 1년 안에 진단된 암은 대부분 접종 전부터 자라던 암이며, 백신 접종 후 1년 뒤 결과의 차이는 ‘발생’이 아닌 ‘발견’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오히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암 발생과 재발을 줄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의견도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종양은 세포 내 핵과 DNA에 구조적인 변화가 생겨야 발생하는데, mRNA 백신은 세포핵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라며 “세포질에서 작동한 이후 며칠 내 체내 효소에 의해 분해돼 사라지기 때문에 암 발생에 관여할 여지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작년부터는 mRNA 백신 접종자 가운데 일부 고형암, 혈액암 재발이 감소한 경향이 관찰된 사례가 거론된다”라며 “백신이 이뮨 체크포인트(mmune checkpoint)라는 면역 조절 체계에 영향을 미쳐 암 발생 위험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는 초기 단계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해마다 유행하는 만큼, 백신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고 고령층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접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엄 교수는 “코로나19가 매년 유행을 반복하는 질환으로 자리잡았지만, 다행히 과거와 달리 중환자 발생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라며 “그 배경에는 300만명에 가까운 고령층 중심의 백신 접종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유지해야 진료 현장의 부담을 경감할 수 있다”라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