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접시를 완성하는 솜씨와 주방 전체를 이끄는 능력은 서로 다른 배움을 요구한다. 저자는 1968년 요리를 시작해 막내에서 총괄 셰프로, 요리사 출신 최초의 대기업 임원으로 일하기까지 얻은 경험을 이 책에 담았다. 원하는 요리를 계속하려면 조리 기술을 연마하는 데서 나아가 회사의 운영 방식을 익히고 실적으로 신뢰를 얻어야 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다른 부서와 의견을 조율하고 현장의 문제를 풀어온 과정에는 요리와 경영 사이에서 내린 판단과 실패의 경험이 중요했다는 것. 그가 오랜 시간 끝에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동료들과 보조를 맞추고 각자의 몫을 존중하는 태도다. 지금도 주방에 서는 까닭 역시 후배들이 자라날 수 있도록 자신이 배운 것을 전하고 싶어서다. 책은 개인의 숙련이 동료의 성장과 조직의 성과로 이어지기까지 필요한 책임을 짚으며 직업을 오래 이어간다는 것의 의미를 묻는다.

같은 풍경을 찍은 사진도 구도에 따라 달라지듯 함께한 시간은 두 사람에게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남는다. 이 시집은 기억이 일부를 잃고 재구성되는 과정에서 사랑의 의미를 살핀다. 시 속 화자는 상대의 기억을 자신의 것과 일치시키려 하기보다 어긋난 자리를 들여다보며 곁에 머무르려 한다. 서로를 온전히 차지하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저마다의 약함을 받아들이는 마음이다. 앞날을 알 수 없어도 거듭 발을 내디디면 눈밭에 자취가 이어지듯 시인은 반복하는 행위에서 삶을 이어 갈 힘을 찾는다. 기도는 그 걸음을 계속하게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자리한다. 추천사를 쓴 문보영 시인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기억을 다시 불러오는 행위에서 삶과 사랑을 멈춰 세우지 않으려는 뜻을 읽어 낸다. 제41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작이다.

연해주 산속에서 나온 토기 하나가 발해와 몽골 초원 사이의 거리를 좁힌다. 강인욱 교수의 이 책은 발굴 현장에서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발해가 대륙과 바다를 오가며 맺었던 관계를 살핀다. 2014년 콕샤로프카 성터에서 발견된 위구르 계통의 토기는 발해와 북방 세력 사이에 교류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단서다. 저자는 모피와 인삼 등이 오간 경로를 따라가며 발해를 유라시아 여러 지역과 연결된 교역의 주체로 조명한다. 유물이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그곳을 발해 땅이라 단정하지 않고, 통치가 미친 범위와 물자·문화가 전해진 범위를 구별해 해석한다. 발해의 제도와 기술을 받아들인 거란 등 북방 세력, 유적 조사에 기여한 러시아 연구자들의 활동도 함께 다룬다. 30여 년간 만주와 연해주를 탐사한 저자는 발해가 누구의 역사인지 주장하는 데서 더 나아가 이 나라가 주변 세계와 무엇을 주고받았는지 구체적으로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