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ㆍ일차의료 강화⋯AI 활용해 수가ㆍ약제 가격 재평가
중기 의료비 관리체계 마련⋯총액 일률적 상한은 배제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국민의료비가 빠르게 늘면서 의료비 지출의 효율성을 높이고 가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보건의료체계 개편이 추진된다. 의료혁신위원회는 예방ㆍ일차의료를 강화하고 건강성과 중심으로 보상체계를 개편하는 동시에 건강보험과 비급여ㆍ실손보험을 연계해 관리하는 방안을 정부에 권고했다.
의료혁신위원회는 29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제11차 회의를 열고 ‘지속가능한 보건의료비 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대정부 권고안’을 논의했다. 권고안은 필요한 의료를 충분히 보장하면서 의료비 부담을 적정하게 관리하기 위해 3대 전략과 6대 핵심 이행과제를 제시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2024년 경상의료비는 216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203조4000억원보다 6.5% 증가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8.5%다. 가계 직접부담률은 30.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9.1%를 웃돌았다. 반면 정부와 의무가입보험 재원의 비중은 59.8%로 OECD 평균 75.2%보다 낮았다.
국민 1인당 연간 외래진료 횟수는 17.9회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았다.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12.5개로 OECD 평균 4.2개의 약 3배다. 2024년 65세 이상 노인의 1인당 연평균 건강보험 진료비는 550만8000원으로 전체 인구 평균 226만1000원의 2.4배였다.
위원회는 고령화로 의료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건강보험료 중심의 재정 기반은 약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의료비 총액을 일률적으로 억제하기보다 지출의 효과와 필요성을 평가해 필요한 의료에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위원회는 건강검진과 만성질환 관리, 일차의료를 연계해 질병 발생과 악화를 줄이고 동네의원의 지속적인 건강관리 기능과 보상을 강화하도록 권고했다. 주치의 등록을 활성화하고 일차의료기관과 상급의료기관 간 의뢰ㆍ회송 체계도 개선하도록 했다.
고령층의 노쇠와 신체기능 저하를 조기에 발견해 고위험군을 관리하고, 입원부터 퇴원 후 재택의료ㆍ재활·장기요양ㆍ돌봄까지 서비스가 끊김 없이 이어지도록 지역사회 통합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담겼다. 불필요한 장기입원과 중복 진료는 줄이되 의료적 필요가 높은 환자에게는 적절한 의료와 돌봄을 충분히 제공한다는 취지다.
진료량 중심의 행위별 수가에서 벗어나 필수의료 역량과 의료의 질, 환자의 건강성과에 따라 보상하는 혼합지불체계로 전환하도록 했다. 공공정책수가와 묶음지불 등을 확대하고 시범사업과 성과평가를 거쳐 단계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수가와 약제ㆍ치료재료 가격은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원가와 실거래가격, 임상적 가치 등을 분석하고 주기적으로 재평가하도록 했다. 지출 효율화로 확보한 재원은 저평가된 필수의료 등에 우선 투입하도록 권고했다.
비급여는 의학적 필요성과 근거 수준, 대체 가능성, 가격 등을 기준으로 관리하고, 필요한 항목은 건강보험 급여 편입을 검토하도록 했다. 비급여 관리와 급여 확대가 실손보험 지급액과 보험료, 환자의 실제 부담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분석해 건강보험과 실손보험 간 정책 연계를 강화하도록 했다.
위원회는 건강보험뿐 아니라 의료급여와 가계 직접부담, 민간보험 등 공공ㆍ민간 지출을 포괄하는 중기 국민의료비 전망ㆍ관리체계를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관리 목표에는 의료비 증가율뿐 아니라 건강수명, 필수의료 접근성, 인구구조와 가계 부담능력 등을 반영하도록 했다. 다만 의료비 총액에 획일적인 상한을 설정하는 방식은 배제했다.
주요 보건의료정책이 건강성과와 의료비, 가계 부담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사후 평가하는 제도도 마련하도록 했다. 건강보험에 대한 국가의 안정적인 재정지원과 재원 다변화를 추진하고, 관련 의사결정기구의 역할을 정비하도록 했다. 정부가 정책 이행 현황과 미반영 사유를 공개해 정책 추진의 책임성을 높이는 방안도 제시했다.
정기현 의료혁신위원장은 “보건의료비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투자”라며 “필요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한정된 재원이 국민의 건강 수준을 높이는 데 효과적으로 쓰이도록 관리체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와 의료혁신위원회는 11월 7~8일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에서 ‘생애 말 의료와 돌봄 강화’를 주제로 제2차 의료혁신 시민패널 공론화를 개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