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북항 해양친수공원 부지가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각종 수출입 화물과 거대한 항만장비로 붐비던 항만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 수출입의 핵심기반이었던 부산 북항의 항만시설이 2000년대 들어 부산 외곽에 새로 개발된 부산신항으로 이전함에 따라, 기존 북항의 항만부지는 항만재개발사업을 통해 국민들에게 새로운 휴식처인 해양친수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콘크리트 바닥과 거대한 크레인으로 가득했던 항만이 시민의 쉼터로 변신하자, 사람뿐만 아니라 귀한 바다 생명체까지 찾아오기 시작하였다. 부캉이의 등장은 닫혀 있던 항만이 열리고 도시와 바다가 다시 연결될 때, 우리들의 삶에 어떤 생기와 변화가 찾아오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부산 북항이 증명한 ‘공간의 회복’이라는 가치를 이제 인천에서도 경험할 때가 되었다. 1883년 개항한 인천항은 지난 긴 세월 동안 일반 국민과 인천 시민들에게 늘 가까이 있었지만, 쉽게 다가갈 수 없었던 '금단의 땅'과 같았다. 국가 보안과 산업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높게 세워진 펜스는 바다를 향한 시민들의 발걸음을 막았고, 도시는 바다와 분리된 채 외롭게 성장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 그 견고했던 장벽을 허물고, 인천의 바다를 국민들의 품으로 돌려주는 ‘인천항 내항 1·8부두 재개발사업’이 마침내 본격적인 닻을 올린다.
지난 2007년 7만 명이 넘는 인천 시민들이 간절한 마음을 담아 청원을 올리면서 인천항 재개발사업 논의가 시작되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두 차례의 공모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사업시행자를 찾지 못했고 10여 년 이상 답보 상태에 머물러야 했다. 정부는 인천항을 국민들과 인천 시민들에게 돌려드리는 것이 인천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원도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시대적 과제'라고 판단하고, 지방정부, 항만공사 등과 복잡한 규제를 하나씩 풀고 이해관계를 끈질기게 조율하였다. 관계기관 간의 협업을 통해 이 모든 과정을 차근차근 완수해 냈고, 드디어 올 연말 착공이라는 성과를 거둘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이미 인천항에서 생긴 변화를 목도한 바 있다. 낡고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곡물창고를 해양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꾼 ‘상상플랫폼’이 대표적이다. 인천항 재개발의 마중물로 시작된 이 공간에서 대형 음악 공연과 팝업 마켓, 야외 시네마가 열리자 텅 비어 있던 항만은 단숨에 시민들의 놀이터이자 휴식처로 변신하고 있다. 올해 말 착공하는 인천항 재개발사업은 이러한 '상상'이 인천항의 더 넓은 품으로 확장되는 과정이다. 오는 2029년까지 약 6,300억 원을 투입해 축구장 60개 크기(43만㎡)에 달하는 공간이 쾌적한 수변공원과 문화·관광 시설로 재탄생한다. 상상플랫폼에서 시작된 문화의 온기가 인천항 1·8부두라는 더 큰 무대로 퍼져나가며, 국민들은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산책하고 주말에는 가족들과 공연과 축제를 즐기는 일상을 누리게 될 것이다.
도시와 바다의 연결이 가져다주는 커다란 변화를 부산 북항에서 확인했듯이 인천항 재개발은 수도권 해양도시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닫힌 담장을 허물고 세상과 다시 마주하는 인천의 바다에서, 전 세계에서 찾아온 손님들과 우리 국민들의 웃음소리가 어우러지는 새로운 일상들이 하루빨리 실현되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