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 기간을 기존 10년 이상에서 5년 이내로 단축하는 패스트트랙을 추진한다. 지방에는 320여개 규제특례를 적용하는 초광역특구를 조성해 첨단산업 투자와 지역 성장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정부는 23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규제합리화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를 열어 이러한 내용의 '지방주도 성장, 국가창업시대 전환 등을 위한 규제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에 필요한 행정절차를 병해하는 '패스트트랙'을 도입해 투자 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것이다.
현재 반도체 산단은 산업단지계획 수립과 환경영향평가 등 인허가, 토지보상, 설계·시공 등이 순차 진행돼 조성에 통상 10년 이상 걸리는데, 정부는 인허가, 보상, 설계를 동시 추진하는 방식으로 산단 조성부터 공장 가동까지 걸리는 기간을 5년 내로 줄일 계획이다.
안홍상 산업통상부 반도체정책과장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사전 브리핑에서 "최근 반도체 경쟁은 기술과 인재, 자본뿐 아니라 누가 더 빨리 공장을 짓고 기술을 개발해 시장에 진입하느냐는 시간의 싸움"이라며 "기업이 기다리는 시간은 줄이고 정부 지원은 기업의 투자 일정에 맞춰 움직이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지방 반도체 기업 수출 절차도 간소화한다. 공항·항만에서 멀리 떨어진 우수 보세공장은 사전 승인된 품목을 먼저 운송하고 이동 중에 수출신고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반도체 공정에서 상호 반응하지 않는 고압가스의 혼합 보관을 허용하고 설비 변경허가도 일괄 처리할 방침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는 여러 기관에 분산된 인허가를 일괄 처리하고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한 '타임아웃제' 도입을 추진한다. 전력공급 여력이 있는 비수도권에서는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 기준도 검토한다.
데이터센터 전산실과 냉각·전력설비 면적을 주차장 등 시설물 설치 의무 산정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정부는 1만평 규모 데이터센터의 주차장 설치 기준이 83대에서 25대로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 분야에서는 휴머노이드와 이동식 산업용 로봇의 안전기준을 마련한다. 안전요건을 충족하면 울타리 없이 작업할 수 있도록 하고, 4족 보행로봇 등 새로운 형태의 실외이동로봇에 대한 안전 가이드도 개발한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레벨4 이상 무인 자율차의 안전기준과 원격관제 체계를 정비하고 상용 판매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배아줄기세포 등 원료세포 활용 범위를 넓히고 의료데이터 연구 절차를 간소화한다. AI 기반 의약품 개발에 대한 심사기준도 별도로 마련한다.
정부는 첨단산업 규제 개선을 지역 성장으로 연결하기 위해 '초광역특구' 도입도 추진한다. 지방정부가 기업과 함께 특구를 설계하면 정부가 규제특례와 재정·금융·세제 지원을 묶어 제공하는 방식이다.
20일 발의된 초광역특구법에는 단일법률 기준 역대 최대인 320여개 규제특례가 담겼다. 환경영향평가 기간 단축, 산업시설 건폐율·용적률 완화, 외국인 인재 유치, 기업 종사자 주택 특별분양 등이 대표적이다.
법률에 명시되지 않은 규제도 기업·지방정부가 요청하면 일정 기간 효력을 배제하거나 완화하는 '수요응답형 규제유예'를 도입한다. 규제샌드박스 심의기간도 단축하고 실증기간은 유연하게 적용한다. 정부는 성장엔진 특별보조금과 국민성장펀드, 세제혜택 등을 결합해 내년 상반기 권역별 초광역특구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320여개 특례 가운데 기존 제도와 중복되지 않는 신규 특례의 정확한 규모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손동균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은 신규 특례 규모와 관련해 "대부분 신규 특례 중심"이라면서도 "기존 특례와 중복되는 부분은 정확히 세지 않았다"고 말했다.
창업기업의 행정부담도 줄인다. 정부는 인허가와 정책지원 신청 과정에서 제출하는 행정서류 5021개 중 2756개(54.9%)를 기존 행정정보 공동이용 등을 포함해 폐지·면제·간소화하기로 했다.
병역이나 출산 등으로 경영이 중단된 창업기업에는 최대 5년 범위에서 창업지원 기간을 연장하는 특례를 추진한다. 초기 창업기업의 금융거래를 제약하는 한도제한 계좌 해제기준도 개선할 계획이다.
김용수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경쟁국 수준으로의 규제합리화를 원칙으로 각 산업별 기업 현장 애로사항을 적극 반영했다"며 "국가창업시대로의 속도감 있는 전환을 위해 관행적으로 지속돼 온 불필요한 규제도 걷어내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