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주도권 경쟁…은행권, 결제·정산망 선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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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인뱅·지방은행까지⋯서로 다른 기술 실증
금융연 “소비자 결제보다 정산·국경 간 송금 먼저”
발행 경쟁 넘어 이용처·정산망 확보가 사업성 좌우

(AI 생성)

은행권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경쟁이 발행 주도권 확보를 넘어 결제·정산 인프라 선점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주요 금융그룹이 블록체인·플랫폼 기업과 손잡고 결제부터 해외송금, 원화 전환, 자금세탁방지까지 기술 검증에 뛰어들면서다. 누가 코인을 발행하느냐 못지않게 실제 자금이 오가는 길목을 누가 장악하느냐가 향후 시장의 주도권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과 금융그룹은 블록체인 기업, 전자결제대행사(PG), 가상자산사업자 등과 협력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소매 결제보다 기업 간 정산과 해외송금, 원화 전환 등 금융 인프라 구축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제도화에 대비해 각 은행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사업 영역부터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KB금융은 KG이니시스·카이아·오픈에셋과 함께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정산·예치금 관리 실증을 마쳤다. 신한은행은 KSNET과 외국인 환자가 스테이블코인으로 진료비를 결제하면 병원에는 원화로 정산되는 의료관광 결제 구조를 검증했다.

하나금융은 두나무와 손잡고 업비트·기와월렛에 연동한 스테이블코인 지급결제·정산 기술을 검증하고 있다. 이용자가 보유한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면 가맹점에 실시간 정산하는 방식이다. 결제 잔액이 부족할 경우 다른 스테이블코인으로 자동 전환하는 기능도 시험 중이다.

우리은행은 비댁스와 원화 스테이블코인 'KRW1'의 원화 증거금 입금부터 발행, 블록체인 검증에 이르는 기술 실증을 완료했다. 쿠팡과는 쿠팡이츠 주문대금을 가맹점주에게 실시간 송금·정산하고 원화와 스테이블코인을 상호 전환하는 구조를 검증했다.

NH농협은행은 NHN KCP와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기반 지급결제 인프라를 공동 검토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정산 구조를 설계하고 기존 가맹점·플랫폼 결제망과 연계해 국내외 지급결제망 간 호환성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은행들이 결제·정산 인프라에 집중하는 것은 스테이블코인의 초기 시장이 일반 소비자보다 금융기관과 기업 중심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지급결제수단으로서의 스테이블코인 활용 동향 및 시사점'에서 초기 활용처로 금융기관 간 정산과 국가 간 송금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달러 스테이블코인 거래에서 자동화 거래 비중은 77.6%에 달한 반면, 일반 거래 중 소매 결제로 추정되는 비중은 0.6%에 불과했다. 은행권이 소비자 결제시장 확대에 앞서 자금이동과 정산 구조를 검증하는 배경이다.

인터넷전문은행과 지방은행도 각자의 사업 기반에 맞춰 실증 영역을 넓히고 있다. 케이뱅크는 블록체인 거래 분석 솔루션을 도입해 온체인 거래추적(KYT)과 자금세탁방지(AML) 역량을 강화했다. iM뱅크는 한국·유럽연합(EU) 은행권이 참여하는 '판게아' 프로젝트를 통해 원화·유로화 기반 송금과 환전·외환 정산을 실증하고 있다. 광주은행은 토스·토스플레이스와 QR 기반 결제 기술을 시험하고 있다.

은행별 실증 분야는 다르지만 지향점은 같다.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지급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경우 자금의 입출금부터 보관·전환·정산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새로운 고객 접점과 수익원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기존 은행의 예금 수취와 결제 중개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발행 참여 여부뿐 아니라 유통·활용 단계에서의 역할 확보도 중요해지고 있다.

다만 기술 검증이 곧바로 상용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발행 주체와 준비자산 관리, 상환 의무 등 제도적 틀이 확정되지 않은 데다 은행과 플랫폼 간 상호운용성, 실제 거래 수요와 수익성 등도 검증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는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단계지만 실제 사업성은 발행 주체와 준비자산·상환 의무를 어떻게 설계하고 은행과 플랫폼 간 상호운용성을 어디까지 허용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제도화 이후 이용처와 정산 물량을 먼저 확보한 곳이 시장 주도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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