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6월 고점 대비 40% 가까이 급락하면서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 가동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실제 자금 투입에 따른 효과는 제한적이지만, 정부가 가동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투자심리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금 주식시장은 응급 처치가 시급하다"며 "이제는 정부가 나서 증안펀드를 가동해 주식시장의 불안 심리를 빨리 회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도 증안펀드 활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달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증시 변동성 확대 시 증안펀드 가동이나 공매도 중단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시장 상황을 항상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하면 우리가 갖고 있는 시장 안정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시장안정펀드, 이른바 '증안펀드'는 증시 급락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될 때 금융회사와 증권 유관기관 등이 자금을 출자해 주식을 매입하는 시장 안정 장치다. 정부 주도로 추진되지만 정부가 재정을 직접 투입하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주로 금융위기 등 비상 상황에서 주가 급락을 완화하기 위해 활용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최근 국내 증시는 수급이 너무 비어있기 때문에 증안펀드가 가동되면 증시 부양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안펀드는 최근 두 차례 가동이 추진됐지만 실제 자금 투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코스피가 급락하자 금융당국은 약 10조7600억원 규모의 '다함께코리아펀드'를 마련했다. 그러나 2020년 4월부터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확대되면서 증시가 반등했고, 증안펀드는 실제 집행되지 않았다. 2022년에도 주요국의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 우려로 증시가 급락하자 기존 증안펀드의 재가동이 추진됐지만, 실제 주식 매입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다만 과거 국내에서 가동된 증안펀드의 시장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송민규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은 '증안펀드에 대한 고찰: 사례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1990년, 2003년, 2008년 증안펀드 사례를 제시하며 "증안펀드는 일시적인 심리적 불안감을 완화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 효과가 주가 반등과 유동성 증가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증안펀드를 가동하더라도 시장 전체의 수급을 바꾸기에는 자금 규모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0년 조성 당시 약 10조7600억원은 당시 국내 증시 시가총액과 비교해도 0.7% 수준에 불과했다.
이후 국내 증시 규모가 급격히 커진 만큼 동일한 금액을 투입하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과거보다 (국내증시의) 시가총액 규모가 커진 만큼 기존의 증안펀드 규모로는 부족하다"며 "펀드 규모를 확대하고 주식 시장의 비중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증안펀드의 직접적인 매수 효과보다 정부의 시장 안정 의지를 확인시키는 심리적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증안펀드가 언급될 때 지수가 저점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며 "증안펀드나 공매도 금지 등을 정부가 언급하면 시장 변동성이 클 때 글로벌 공매도 세력들이 숏커버에 나서면서 저점을 딛고 일어나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투자자들도 정부가 시장의 변동성에 신경 쓰고 있다는 점에 영향을 받는다"며 "실제 가동보다는 정부가 시장 안정을 위한 대비책을 갖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정도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