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거래소가 기술특례상장 평가모델 개편에 나선 가운데, 상장준비기업들이 사업성 평가 비중과 평가위원 전문성, 재평가 절차 등에 대한 개선을 제안했다. 거래소는 평가 기준의 유연성을 높이고 기업의 준비 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현장 의견을 수렴해 다음 달 말까지 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19일 서울사옥에서 설명회를 열고 표준 기술평가모델 고도화 및 전문평가 운영체계 개편안을 공개했다.
개편안에는 기존 평가항목을 정비하고 우주항공·로보틱스·사이버보안 등 신산업에 특화된 기술모듈을 도입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평가 자문인력 확대 △이의신청 절차 신설 △제출자료 표준화 등도 추진한다.
거래소는 이번 개편에서 획일적인 정량평가를 줄이고 기업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평가하는 방향으로 지표를 정비한다. 특히 기존 기술성과 시장성에 대한 배점 가이드라인이 평가기관에서 절대적인 기준처럼 활용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기업과 업종의 특성에 따라 배점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도록 했다.
다만 상장준비기업 측에서는 배점의 탄력적 적용을 넘어 사업성 평가 비중 자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상장준비기업 대표는 "사업성과 매출에 대한 평가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사업성 평가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아닌지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배점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술특례상장이 아직 매출과 이익이 부족한 혁신기업의 상장을 지원하는 제도인 만큼, 현재의 사업화 실적보다 기술의 성장 잠재력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거래소 관계자는 "기술특례상장은 재무적 성과가 부족하더라도 기술성이 뛰어난 기업에 자본시장 진입 기회를 부여하는 제도지만, 일반 투자자로부터 공모자금을 조달하는 만큼 향후 매출과 이익에 대한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며 "현재 재무적 성과가 없는 기술특례 기업이라고 해서 면제되는 사항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평가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 및 분쟁조정 절차도 새롭게 명문화한다. 기업이 평가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면 거래소가 평가기관에 검토 의견과 답변서를 요청한 뒤 최종 판단하는 방식이다.
다만 또 다른 상장준비기업 대표는 "이번 개편에서는 정량평가보다 정성평가를 강화한다고 했지만, 정성적 판단에 따른 평가 결과는 재평가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점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평가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와 재평가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거래소 관계자는 "평가기관별 가중치 차이 등으로 평가 결과가 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재평가 요청을 허용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절차적 하자 외의 사유에 대해서는 개별 사안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상장준비기업의 행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술사업계획서 표준 목차와 작성 가이드, 제출자료 목록 등을 사전에 제공할 계획이다. 그동안 평가기관별로 요구하는 자료와 양식이 달라 기업들이 동일한 자료를 반복해 준비해야 했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현재 거래소는 기술특례상장 심사에 활용되는 구체적인 평가지표와 배점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상장준비기업들 사이에서는 "구체적인 평가기준을 파악하기 어려워 상장 준비 과정의 예측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불만이 나온다. 일부 기업은 평가 관련 정보가 부족해 준비 과정에서 외부 컨설팅에 수억 원을 쓰는 등 추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거래소는 평가 기준을 지나치게 상세히 공개하면 기업들이 실제 기술력과 사업화 역량을 입증하기보다 평가 배점에 맞춰 서류를 작성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세부 평가지표가 공개돼 그 자체가 기업의 목표가 된다면 평가 지표로서의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며 "이는 평가의 변별력을 떨어뜨리고 평가모델의 실효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업계 의견을 검토해 11월 말 개편안을 확정하고 12월까지 전문평가제도 운영지침을 개정할 예정이다. 이후 각 전문평가기관의 자체 평가모델 반영 등을 거쳐 2027년 2분기 이후 개선된 평가체계를 운영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