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평가연구원, 88개 기관 분석…통합 비용·채무 상환·서비스 접근성 점검 제언

정책평가연구원(PERI)은 21일 공기업 31개와 준정부기관 57개 등 88개 기관을 대상으로 이 같은 내용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AI 심층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원은 2024·2025년도 경영평가편람과 결과보고서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세부등급과 평가사유, 지적사항을 분석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ALIO)의 재무·인력 자료도 함께 살폈다.
분석에 활용한 ‘PERI 환산점수’는 공개된 세부등급과 계량지표 득점 등을 100점 기준으로 정리한 별도 분석값으로 정부의 공식 총점과는 다르다. 해마다 평가항목과 배점도 달라질 수 있어 환산점수 하락을 실제 경영 악화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두 해 모두 평가받은 86개 기관 중 공식등급이 상승한 기관은 22개였다. 이 가운데 63.6%인 14개는 환산점수가 낮아졌다. 준정부기관 13개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해당한다.
근로복지공단은 공식등급이 B에서 A로 올랐지만 환산점수는 81.03점에서 79.25점으로 내려갔다. 한국관광공사는 E에서 B로 세 단계 상승했으나 환산점수는 77.41점에서 74.69점으로 하락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도 C에서 B로 등급이 올랐지만 점수는 80.29점에서 74.38점으로 낮아졌다.
상대평가에서는 다른 기관의 점수가 더 크게 떨어지면 해당 기관의 점수가 하락해도 상대적 위치는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평가항목과 배점 변화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상대평가만을 원인으로 볼 수는 없다.
한국전력공사와 국민연금공단, 한국수력원자력 등 2년 연속 A등급을 받은 11개 기관도 환산점수는 모두 하락했다. 한전은 76.52점에서 73.75점으로, 국민연금공단은 82.31점에서 79.38점으로 낮아졌다.
최종등급이 같았던 41개 기관 중 39개는 공통 비계량 평가항목이 하나 이상 하락했다. 두 해 모두 평가받은 86개 가운데 58개는 목표를 얼마나 의욕적으로 설정했는지를 보는 ‘성과목표의 도전성’ 등급이 낮아졌다.
재무성과와 경영평가가 엇갈린 사례도 확인됐다. 한국동서발전은 영업이익이 6211억원에서 6454억6000만원으로 늘었지만 공식등급은 A에서 C로 떨어졌다. 발전사업 관리에 대한 비계량등급도 B0에서 D+로 하락했다. 이익 증가와 사업관리의 약점을 함께 살펴야 하는 사례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B등급을 유지했으나 환산점수는 72.74점에서 69.07점으로 낮아졌다. 연결부채는 약 160조1000억원에서 173조7000억원으로 늘었고, 영업손익은 3403억9000만원 흑자에서 6412억5000만원 적자로 전환했다. 이자 부담을 감당할 능력을 평가하는 이자보상비율 지표의 득점률도 66.5%에서 48.6%로 내려갔다.
연구원은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공공기관 개편도 기관별 경영상태와 사업 특성을 구분해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 개편계획에 직접 관련된 22개 기관 중 한국남부발전·한국남동발전·한국교통안전공단은 2025년도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반면 이들 22개 기관의 D·E등급 기관 수는 2024년도 2개에서 2025년도 7개로 늘었다. 중복 업무를 줄이려는 개편인지, 경영 부진을 개선하려는 개편인지에 따라 해법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관을 합치거나 기능을 나눠도 채무 상환 의무는 남는다.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2025년 연결부채를 단순 합산하면 약 64조8000억원에 달한다. 누가 채무를 넘겨받고 어떤 수입으로 갚을지가 개편의 핵심 과제라는 지적이다.
통합 효과도 기관 수 감소에 그치지 않고 서비스 접근성과 안전, 인사·정보시스템 통합 비용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구매나 지원업무 공동 운영처럼 법인을 합치지 않고도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대안과 비교하고, 통합 이후에는 사업장별 비용·생산성·서비스 변화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평가제도 개선 방안으로는 평가자료와 알리오 공시를 AI로 연결해 반복되는 취약점과 변화 원인을 확인하고, 중복 평가와 자료 제출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해외 동종기관과 생산성을 비교하되 요금 규제와 공익 의무 등 기관별 여건도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등급이 유지됐는가”와 함께 “어떤 약점이 반복되고 어느 분야가 개선됐는가”를 공개해야 기관의 변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