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확대 가능성 주목
적자 기업에 보조금 선지급 검토
전기차는 지원 대상서 제외
글로벌 경쟁 속 형평성 논란

정부가 추진 중인 국내생산세액공제를 둘러싸고 산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적자 기업에도 보조금을 우선 지급하는 새로운 지원 방식이 거론되면서 그동안 세액공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던 배터리·태양광 업계에도 긍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다만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전기차 업계에서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국내 생산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국내생산세액공제 도입을 앞두고 지원 방식과 대상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세수 확대 기대와 글로벌 첨단산업 경쟁 심화로 국내 제조업 지원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그간 재정 부담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던 재정경제부의 태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기업 대관 직원은 “과거에는 새로운 세제 지원 방안을 제안하면 재정 당국에서 절대 안 된다는 반응이 돌아왔는데, 최근에는 검토해 보겠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업계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을 통해 반도체 등 주요 전략산업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판매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국내생산세액공제를 내년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8월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지원 대상에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태양광, 풍력 기자재 등이 포함됐다. 향후 국회에서 입법안을 만들며 세부적인 부분을 구체화하게 된다.
다만 업종별로 제도의 실효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세액공제는 기본적으로 기업이 납부할 세금이 있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장기간 적자를 이어온 배터리·태양광 업계에서는 당장 공제받을 법인세가 없어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실질적인 지원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세액공제액을 현금으로 돌려받는 직접환급이나 제3자 양도 등 보완책이 떠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보조금과 세액공제를 결합한 이른바 '하이브리드 지원' 방안을 언급하면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이 대통령은 7일 국민보고회에서 적자 기업에 보조금을 먼저 지급하고, 이후 흑자로 전환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되면 기존 지원액만큼 공제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이 직접 지원 방식의 변화를 주문하면서 산업계의 기대감도 한층 고조되는 것이다.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여러 제조업 분야로 번지는 분위기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중심의 세제 지원 논의가 생산 보조금과 결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면서 기존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업종들도 정책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한 제조업계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재정 부담 때문에 안 된다고 선을 그었을 얘기들이 이제는 하나둘 검토되고 있다”며 “분위기만 온갖 삼라만상이 다 지원 대상에 들어가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반면 전기차 업계에서는 국내생산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된 데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외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국내 완성차 기업의 생산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향후 국회 입법 과정에서 전기차를 지원 대상에 추가할지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다만 지원 대상을 무작정 확대하기보다는 제도의 실효성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여러 업종을 추가해 지원 범위를 넓히기보다 아직 시행하지도 않은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우선”이라며 “실질적인 지원 효과가 검증된 이후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중국은 막대한 정부 보조금으로 전기차 산업을 키웠고 미국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통해 자국 내 생산을 지원해 왔다”며 “글로벌 경쟁국들이 이미 생산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상황에서 제도 효과를 지켜본 뒤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너무 늦은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