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론에 주가 흔들려도…글로벌 반도체 증설 경쟁은 ‘현재진행형’ [AI 공포 속 뜨거운 소부장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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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반 편집 이미지. (이미지=챗GPT)

인공지능(AI) 투자 수익성과 자금조달을 둘러싼 불안이 반도체 주가를 흔들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능력 확대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메모리와 첨단 공정의 공급 부족에 대응해 반도체 제조사뿐 아니라 장비업체까지 증설에 나서면서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중장기 성장 기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은 2027년 저개구수(Low-NA) 극자외선(EUV) 및 액침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생산능력을 올해보다 30% 늘릴 계획이다. 2028년에도 추가로 30%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고객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이보다 더 큰 폭의 증설 가능성까지 살펴보고 있다.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는 14일 실적 발표에서 고객사들이 AI 투자 규모와 지속 기간에 대한 전망을 바탕으로 단기·중기 장비 수요 예상치를 계속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고객사는 2029년과 2030년 물량의 발주 의향까지 드러냈다. 현재 계획한 공급능력으로는 2027년과 2028년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렵다는 것이 회사의 판단이다. 첨단 반도체 생산의 핵심 장비를 공급하는 기업이 자체 생산능력을 늘린다는 점은 증설 수요가 반도체 제조사들의 계획에만 머무르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장비 공급이 제약 요인으로 떠오르면서 제조사와 장비업체가 수년 뒤 생산 일정을 미리 조율해야 하는 상황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업체 TSMC도 투자 확대 기조를 유지했다. 올해 설비투자 예산은 600억~640억달러로, 2026~2028년 투자액이 직전 3년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고객사의 제품 개발 일정과 생산계획에 맞춰 첨단 공정과 패키징 생산능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TSMC는 수요를 점검하기 위해 미국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과 전력 공급 상황을 확인하는 인력도 투입하고 있다. 투자와 전력 제약을 살펴본 뒤에도 생산능력 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회사는 2027년 2나노미터 공정의 연간 생산능력이 올해보다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 분야에서도 공급 제약이 투자 확대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2026회계연도에 순설비투자로 약 274억달러를 집행했다. 신한투자증권은 마이크론의 2027회계연도 장비 구매 규모가 전년보다 약 40%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 평택 P4의 잔여 투자와 SK하이닉스의 신규 팹 투자도 국내 장비 수요를 뒷받침할 요인으로 꼽았다.

수요 전망 역시 아직 위축보다는 확대에 무게가 실려 있다. 트렌드포스 전망에 따르면 글로벌 9대 클라우드서비스제공업체(CSP)의 2027년 설비투자 증가율 예상치는 50%에서 60%로 상향됐다. AI 서버 출하량 증가율도 올해 32.2%에서 내년 약 36%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투자금액 증가에는 부품 가격 상승 등의 영향도 포함되지만 서버 물량 자체도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국내 소부장의 성장 가능성은 이 같은 투자가 실제 장비 발주와 가동률 상승으로 연결되는 데서 나온다. 신규 생산라인 구축과 공정 전환은 장비 수요를 만들고, 이후 생산량 확대는 소재·소모품의 반복적인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고객사와 공급 품목, 장비 채택 여부에 따라 실적 반영 시점과 규모가 달라질 전망이다.

증권가는 메모리 미세화·고단화에 따른 고압 수소 어닐링 장비 도입 확대, 차세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전환, AI 서버 검사 수요 증가 등을 개별 기업의 성장 요인으로 제시했다. 소재업체의 올해 증설 물량이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2027년 이익 증가폭이 커질 가능성에도 주목한다. 신규 팹 투자와 기술 변화, 생산량 증가를 구분해 수주와 매출의 지속성을 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변수는 투자 계획의 실행 속도다. 높은 금리와 데이터센터 구축 비용은 최종 고객사의 자금조달 부담을 키운다. 메모리 가격 상승도 공급사에는 이익 개선 요인이지만 고객사에는 원가 압박이다. 고객사의 재무 여건이 악화되면 현재 유지되는 투자 계획도 발주나 장비 반입 단계에서 늦춰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시장의 확인 대상은 증설 발표에서 실제 주문과 납품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22일 예정된 램리서치의 실적 발표에서도 2027회계연도 전망과 생산능력 확대 계획이 주요 점검 대상이다. 장비업체의 수주와 매출 전망이 제조사의 투자 확대 방향을 뒷받침하는지가 국내 소부장의 실적 가시성을 판단할 근거가 될 수 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단기적인 자금조달 부담과 중장기 수요를 구분하되, 실제 발주가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하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자금조달 위험은 경계하되, 그 우려에 가려진 반도체의 실적 기반까지 과도하게 낮춰 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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