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영천 야적장 폐기물 논란, 김해로 번졌다…25t 처리 뒤에도 남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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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영천·김해 동일 업체 적재 물질 전수조사 촉구
영천시는 “잔여 물질 폐기물 확정 어려워”
세금계산서 품목명만으로 완제품 판단했나…성분·거래 실체 검증이 관건

▲2026년 9월 18일 경북 영천 야적장의 모습 (서영인기자 @hihiro)

경북 영천의 한 사업장 야적장에 쌓인 물질을 둘러싼 논란이 경남 김해로 번졌다. 영천에서 반출된 25t 물량이 김해 본점으로 옮겨져 폐기물 처리된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환경단체들은 김해에 적재된 동일 회사의 물질까지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영천시는 현재 야적장에 남아 있는 물질 전체를 폐기물로 확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업자가 해당 물질을 발포제 재료라고 설명한 것과 실제 처리 경위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현장에 남은 물질의 성분과 거래 실체를 객관적으로 확인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영천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해당 사업장에서 발포제 재료로 쓸 수 없는 것을 폐기물 처리한 것이지, 전 재료가 폐기물이라고 넘겨짚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래서 어떠한 행정적인 부분을 처리할 법령이 없다”고 말했다.

영천시는 사용이 불가능한 일부 물량을 폐기물로 처리했다고 해서 야적장에 남은 물질까지 모두 폐기물로 볼 수는 없다는 취지다. 다만 폐기물로 확정할 수 없다는 판단과 정상적인 원료 또는 완제품이라는 판단은 별개의 문제다. 남은 물질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한 성분 분석과 거래 자료 대조가 이뤄졌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25t은 김해로 옮겨 처리…남은 물질은 무엇인가

영천시에 적재되어 있던 폐기물로 추정되는 물질들은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 일부를 김해로 옮겼다.

김해시 백브리핑을 통해 확인된 내용에 따르면 영천 사업장에 적재돼 있던 물질 가운데 25t이 김해 사업장으로 반입돼 처리됐다. 김해시는 올바로시스템 자료와 현장 확인 결과를 대조해 해당 물량이 적법하게 처리됐다고 설명했다.

▲25t의 물량을 반출한 영천 공장의 탱크 모습 (서영인기자 @hihiro)

사업자가 설명한 발포제 재료 가운데 일부가 실제로 사용할 수 없어 폐기물로 처리됐다면, 왜 폐기 결정을 내렸는지와 어떤 분류로 등록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취재가 시작된 뒤 물량이 이동했다는 경위와 처리 결정 시점, 영천에 남은 물질과의 성분·발생 경위 차이가 규명돼야 한다.

일부 물량의 폐기 사실만으로 나머지 물질까지 폐기물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반대로 일부만 폐기물이라는 사업자의 설명 역시 객관적인 검증 없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영천에 남은 물질과 김해로 옮겨진 물량이 같은 종류인지, 서로 다르다면 어떤 자료로 그 차이를 확인했는지가 중요하다.

환경단체 “두 사업장 적재 물질 전수조사해야”

영천 화재 이후 김해에서도 동일 회사의 폐기물 적재 실태를 조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사단법인 초록생활과 솔개나루지킴이단 등 5개 환경단체는 지난 10월 7일 김해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해 삼계동 사업장에 대한 특별점검과 전수조사를 촉구했다.

▲김해시 프레스센터에서 유독성 폐기물 적재 실태 전수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서영인기자 @hihiro)

단체들은 영천과 김해 사업장이 같은 법인 소속이라는 점을 들어 두 사업장 사이의 폐기물 이동 경로를 추적하고, 최근 3년간 지도·점검 이력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주민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 불시점검과 위반 사항이 확인될 경우 행정처분도 촉구했다.

김해시는 환경단체의 요구가 나온 당일 낙동강유역환경청과 1차 합동점검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다만 1차 점검을 실시했다는 사실과 두 사업장의 적재 물질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가 완료됐다는 것은 다르다. 점검 범위와 확인 결과, 추가 조사 계획을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서류상 품목명이 실물의 정체를 대신했나

이번 사안에서는 세금계산서에 기재된 품목명과 현장에 쌓인 물질이 실제로 일치하는지도 확인 대상이다. 거래명세서와 입출금 내역, 계약서, 운송장, 제품 성분표와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시험성적서 등을 대조해 거래 실체와 물질의 성격을 검증했는지가 쟁점이다.

세금계산서에 ‘박리제’ 등 특정 품목이 기재돼 있다고 해서 현장 물질이 반드시 해당 완제품의 재료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반대로 색상이나 층 분리만으로 폐기물이라고 판단할 수도 없다. 물질의 성분과 상태, 거래 및 운반 기록을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장기간 적재된 물질에 대해 시료 채취나 성분 분석이 이뤄졌는지도 중요하다. 위험성을 우려할 만한 정황이 있었다면 어떤 항목을 확인했고 어떤 시험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 영천시는 폐기물 여부를 확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지만, 그렇다면 판단을 유보하기까지 어떤 자료를 검토했고 무엇을 확인하지 못했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부천 화재가 던진 질문…사고 전 관리했나

지난 16일 부천에서 발생한 도장 공장 화재 역시 페 페인트 톨루엔 신나등 무단방치 등의 화재폭발위험이 사건의 원인이였다.

영천 야적장 물질이 부천 화재의 발화원인과 성분과 유사하는 것이 우려로 남는다. 행정의 문제가 아닌 안전의 문제인 것이다.

영천시가 폐기물이라고 확정할 수 없다고 해서 물질의 실체를 확인할 필요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김해로 옮겨진 25t의 처리 기록과 영천에 남은 물질의 성분을 대조하고, 두 사업장의 적재 물질과 이동 경로를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결국 쟁점은 사업자가 붙인 ‘발포제 재료’라는 명칭이 아니다. 실제로 어떤 물질이었는지, 왜 일부 물량을 폐기물로 처리했는지, 남은 물질은 어떤 근거로 제품이라고 판단했는지다.

25t의 처리 사실은 확인됐고 관계 기관의 합동점검도 이뤄졌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점검했다는 사실을 넘어, 무엇을 확인했고 무엇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는지를 공개해 안전을 확보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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