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예산 32% 공무원 연금 지급에 투입
청년층, 불만 폭발에 거리로 쏟아져 나와

17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에 따르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최근 프랑스 위기가 다른 선진국보다 유독 두드러지는 문제로 ‘은퇴에 대한 현실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지 못하는 점’을 꼽았다. 고령화로 연금 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미국 등 다른 선진국도 마찬가지지만 프랑스는 상대적으로 낮은 은퇴 연령과 후한 연금제도를 손대지 못하면서 재정 압박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23년 법정 연금개시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단계적으로 올리는 개혁을 추진했다. 당시 프랑스의 실제 평균 은퇴 연령은 60.4세로 서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거센 정치·사회적 반발이 이어지면서 2026년 개혁 일부가 중단돼 추가 인상 일정이 늦춰졌다. 현재 연금 개시 연령은 62세 9개월 수준에서 멈춰 있다.
문제는 늘어난 연금 부담이 다른 공공지출을 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프랑스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교육부 예산의 32%인 285억 유로(약 43조원)가 국가공무원 연금을 지급하는 특별계정에 대한 부담금으로 들어가고 있다. 크루그먼은 “프랑스의 매우 관대한 정부 연금 제도로 인한 재정적 압박이 다른 지출, 특히 교육 분야의 삭감으로 이어졌다”며 “프랑스는 사실상 나머지 국민을 희생시키면서 노년층에게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년층의 불만은 거리로 터져 나왔다. 지난달 시작된 고등학생 시위는 교사와 교직원 부족, 과밀학급, 낡은 학교 시설 등에 대한 항의에서 출발해 전국으로 확산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연금 축소보다 오히려 ‘되돌리기’에 무게를 싣고 있다. 내년 대선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극우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은 연금 개시 연령을 다시 62세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20세 이전에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 노동자에게는 60세 은퇴를 허용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르펜은 1차 투표 기준 37~38%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가뜩이나 막대한 연금 지출로 압박받는 프랑스 재정이 학생 시위에 따른 추가 지출 요구로 더 악화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티에리 위즈먼 맥쿼리 글로벌 전략가는 “시위가 길어질수록 정부가 굴복해 추가 지출을 승인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부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프랑스 국채금리 상승과 거리 시위 사이에는 직접적이고 자기강화적인 인과관계가 형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